"아시아나는 제 모든 것…피 토하는 심정으로 매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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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 찾는 아시아나
'임직원에 보내는 글' 올린
박삼구 前 금호아시아나 회장
'임직원에 보내는 글' 올린
박삼구 前 금호아시아나 회장
‘사랑하고, 행복했고,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인생의 전부’와도 같았던 아시아나항공을 떠나보내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의 심경이다. 그는 16일 오전 아시아나항공 사내 게시판(텔레피아)에 작별의 글을 올렸다. 1800자(字) 분량인 이 글의 작성일은 지난 15일로 돼 있다.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산업은행과 최종 합의한 날이다. 인생에서 가장 길고 고통스러웠을 그날의 심정을 차분히 적었다.
“‘아시아나’라는 브랜드에는 저의 40대와 50대 60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렇듯이 제게도 아시아나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여러 유능한 임직원과 함께 미래와 희망을 꿈꿀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박 전 회장은 31년간 함께한 아시아나항공과 헤어지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좁은 콕핏(비행기 조종석)의 승무원들’ ‘땀 흘린 캐빈승무원들’ ‘혹서기, 혹한기의 정비사들’ ‘티켓을 팔기 위해 누비던 영업직원들’ ‘세계 최고의 탑승서비스를 제공한 공항과 화물청사 직원들’ ‘회사 미래를 설계한 일반 직원들’ 등을 일일이 열거했다. 이들 모두를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칭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문구는 아시아나항공이 전성기 때 내세운 광고 캠페인의 슬로건이다. 배우 박주미, 한가인, 이보영 씨 등이 이 슬로건을 홍보하는 광고모델로 발탁돼 스타덤에 올랐다. 현재는 ‘세계로 나가는 아름다운 동행’과 함께 쓰고 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추가됐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심한 이유도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번 회계 사태(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 ‘한정’ 의견) 이후 모든 책임을 지고 제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회사의 자구안이 채권단에 제출됐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룹 비상경영위원회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임직원 여러분께서 받을 충격과 혼란을 생각하면 그간 그룹을 이끌어왔던 저로서는 참으로 면목없고 민망한 마음”이라며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 대해 동의와 혜량을 구하고자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한 31년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1988년 2월 17일 아시아나항공을 창립한 뒤 31년간 無(무)에서 有(유)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임직원들과 함께했다”고 회상했다. 또 “1997년 외환위기를 비롯해 미국 9·11테러,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시련 속에서 혼자 고독한 결정을 해야 했던 불면의 밤들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1988년 12월 보잉737기 한 대로 서울~부산, 서울~광주 노선에 취항하며 운항을 시작한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22개국 64개 도시, 76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84대의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7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박 전 회장이 남긴 글엔 ‘사랑’ ‘미안’ ‘행복’ ‘고맙다’라는 말이 두 번씩 나온다. 마지막엔 이 단어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인생의 전부’와도 같았던 아시아나항공을 떠나보내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의 심경이다. 그는 16일 오전 아시아나항공 사내 게시판(텔레피아)에 작별의 글을 올렸다. 1800자(字) 분량인 이 글의 작성일은 지난 15일로 돼 있다.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산업은행과 최종 합의한 날이다. 인생에서 가장 길고 고통스러웠을 그날의 심정을 차분히 적었다.
“‘아시아나’라는 브랜드에는 저의 40대와 50대 60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렇듯이 제게도 아시아나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여러 유능한 임직원과 함께 미래와 희망을 꿈꿀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박 전 회장은 31년간 함께한 아시아나항공과 헤어지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좁은 콕핏(비행기 조종석)의 승무원들’ ‘땀 흘린 캐빈승무원들’ ‘혹서기, 혹한기의 정비사들’ ‘티켓을 팔기 위해 누비던 영업직원들’ ‘세계 최고의 탑승서비스를 제공한 공항과 화물청사 직원들’ ‘회사 미래를 설계한 일반 직원들’ 등을 일일이 열거했다. 이들 모두를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칭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문구는 아시아나항공이 전성기 때 내세운 광고 캠페인의 슬로건이다. 배우 박주미, 한가인, 이보영 씨 등이 이 슬로건을 홍보하는 광고모델로 발탁돼 스타덤에 올랐다. 현재는 ‘세계로 나가는 아름다운 동행’과 함께 쓰고 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추가됐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심한 이유도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번 회계 사태(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 ‘한정’ 의견) 이후 모든 책임을 지고 제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회사의 자구안이 채권단에 제출됐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룹 비상경영위원회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임직원 여러분께서 받을 충격과 혼란을 생각하면 그간 그룹을 이끌어왔던 저로서는 참으로 면목없고 민망한 마음”이라며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 대해 동의와 혜량을 구하고자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한 31년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1988년 2월 17일 아시아나항공을 창립한 뒤 31년간 無(무)에서 有(유)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임직원들과 함께했다”고 회상했다. 또 “1997년 외환위기를 비롯해 미국 9·11테러,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시련 속에서 혼자 고독한 결정을 해야 했던 불면의 밤들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1988년 12월 보잉737기 한 대로 서울~부산, 서울~광주 노선에 취항하며 운항을 시작한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22개국 64개 도시, 76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84대의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7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박 전 회장이 남긴 글엔 ‘사랑’ ‘미안’ ‘행복’ ‘고맙다’라는 말이 두 번씩 나온다. 마지막엔 이 단어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