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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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제훈 씨는 ‘샛별배송’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마켓컬리의 주주 중 한 명이다. 회사의 기틀이 잡히지 않은 창업 초기에 자본을 출자했다. 이씨처럼 창업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는 행위를 ‘엔젤투자’라고 한다.

이 용어의 기원은 1920년대 미국 브로드웨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로운 오페라에 자금을 대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도록 도와준 ‘천사 같은 후원자’를 지칭하는 말이 스타트업 용어로 굳어졌다. 초기 자금 유치가 어려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은 엔젤투자를 반긴다. 조금이라도 투자를 받아야 시제품을 제작하고 마케팅도 할 수 있어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엔젤투자를 기반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이 후배 스타트업을 키우는 데 앞장서는 풍토가 마련돼 있다. 엔젤투자가 품앗이하듯 이어지다 보면 스타트업 생태계가 한층 더 탄탄해진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엔젤투자가 일반화됐다. 지난해 국내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이뤄진 엔젤투자는 4394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혁신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소득 공제 혜택을 주면서 주머니를 여는 개인과 법인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엔 3000만원까지는 100%, 3000만원 초과~5000만원 미만엔 70% 공제 혜택을 부여했다.

엔젤투자의 어두운 이면도 있다. 투자 대가로 과도한 지분을 요구하거나 투자를 해주겠다면서 고액의 컨설팅 비용만 뜯어내는 악성 투자자가 상당하다. 이들을 가리켜 ‘블랙엔젤’이라고 부른다. ‘블랙스타트업’도 있다. 이렇다할 제품이나 서비스 없이 투자금만 얻어내려는 목적으로 투자자에게 접근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이 정부가 인증한 ‘전문 엔젤투자자’만 상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 엔젤투자자는 최근 3년간 신주나 지분 투자 형태로 1억원 이상의 투자실적이 있고, 상장법인 창업자 등 경력요건이 충족돼 정부가 인증한 개인투자자다.

엔젤투자자를 위한 정보 플랫폼으로 블랙스타트업을 골라내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액셀러레이터 크립톤은 유망 스타트업의 투자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플랫폼 ‘엔젤링크’를 지난 2월 선보였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