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s 퀄컴, 30兆 특허소송…삼성·LG '반사이익' 기대
미국 최대 스마트폰 회사 애플과 세계 최대 이동통신 특허 보유업체 퀄컴이 최대 270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초대형 특허소송전에 들어갔다. 독점과 지식재산권 관련 법정 다툼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애플 “퀄컴 특허료 과다” 소송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에서 애플이 퀄컴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15일(현지시간) 배심원 선정 절차를 마쳤다. 양사는 16일부터 공개 변론을 본격 시작한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퀄컴이 모뎀칩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이동통신 관련 13만 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퀄컴은 스마트폰 제조사에 단말기 도매 공급가의 약 5%를 특허 사용료로 요구하고 있다. 애플은 이 금액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며 “2013년부터 지급한 특허사용료 90억달러(약 10조원)를 되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퀄컴이 칩값과 특허 사용료를 이중으로 청구하고 있다는 게 애플 측 주장이다. 미국 반독점법에 따르면 퀄컴은 애플 요구액의 최대 세 배까지 배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퀄컴은 “애플이 로열티 지급을 거부해 계약을 위반했고, 특허받은 지재권 일부를 침해했다”며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퀄컴은 아이폰에 모뎀 칩을 독점 공급하는 업체였다. 하지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쿡은 몰런코프가 퀄컴 CEO로 지내는 동안은 퀄컴과 계약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현재로서는 둘 사이의 접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2년간 다툼…양사 모두 타격 커

퀄컴은 애플이 첫 소송을 제기한 2017년 1월 이후 시가총액이 25% 이상 줄었다. 지난해 경쟁사 브로드컴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도움으로 간신히 막아냈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퀄컴의 사업 모델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두 기업의 ‘안방시장’에서 퀄컴 특허사용료가 과도하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다른 나라에서도 스마트폰 제조사와 계약 재협상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퀄컴 모뎀 칩을 쓰지 못하면서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 경쟁에서 뒤처졌다. 애플은 최근 삼성전자에 5G 칩 구매 의사를 타진했지만 삼성전자는 공급량 부족을 이유로 거절했다. 최근 화웨이가 5G 칩을 애플에 팔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 사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경쟁사들은 상반기 미국 시장에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통신업계 컨설턴트인 체탄 샤마는 “애플이 내년에도 차세대 아이폰을 출시하지 못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