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장에는 모처럼 빈 자리가 드물었다. 18개 부처 장관 중 세종청사에서 회의에 참석한 장관은 10명에 달했다. 반면 영상으로 연결된 서울청사 회의장은 한산했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왜 이렇게 서울에 많이 있느냐”고 장관들을 호되게 질책했을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정부는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무원들의 세종 근무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종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앞으로도 웬만하면 세종에서 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출장 규제’도 시작됐다. 인사혁신처는 부처별 장차관과 고위공무원들의 서울 출장 현황을 파악해 국무회의에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국무조정실도 조만간 공무원들의 주말 서울 출장이 꼭 필요했는지 뜯어보는 고강도 점검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각 부처 과장급 이하 공무원에게도 덩달아 ‘서울 주말 출장 금지령’이 떨어졌다. 기재부는 부서별 출장 실적을 매주 취합해 홍 부총리에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출장을 줄이기 위해 내부 규정인 ‘위임전결규정’까지 고치기로 했다. 기존에는 직속 상관에게 받을 수 있었던 주말 출장 결재를 사무관은 국장급, 과장은 실장급 이상에게 받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말 출장이 꼭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불필요한 출장 대신 가급적 영상회의 이용을 활성화하라는 취지지만 세종시 공무원들은 냉소적인 반응이다. ‘높은 분들이 부르는데 불려가는 공무원을 막는다고 해결되겠느냐’는 얘기다. 경우에 따라 불가피하게 대면보고가 필요하다는 항변도 나온다.

경제부처의 한 사무관은 “실적을 취합한다는 건 주말 출장 결재를 웬만하면 올리지 말라는 얘기”라며 “결재 없이는 출장비가 안 나오니 사비를 들여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공무원들은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있는데 공무원만 따로 떨어져 있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회 분원과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에 설치하는 계획이 종종 거론되지만 이번에도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 경제부처 국장은 “청와대와 국회가 툭하면 공무원을 서울로 부르는 관행을 지양하고, 입법·사법 일부 기능을 세종으로 옮기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