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후 첨탑 붕괴…소방당국, 8시간여 만에 큰 불길 잡아

프랑스 파리의 상징물이자 세계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마가 닥쳐 상징격인 첨탑이 무너지기까지는 불과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화재 발생 당시 관광객 관람 시간과 맞물렸지만 대성당 측이 관람을 중단해 다행히도 대참사로 이어질 뻔한 인명 피해는 없었고, 소방관 400명의 사투 끝에 화재 완전진압 발표까지는 15시간 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과 AFP통신,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화재가 난 시점은 이날 오후 6시50분께. 하루 평균 3만명이 몰리는 대성당 관람객의 마지막 내부 관람시각이 임박한 때였다.
관람직전 아찔한 경보…사투끝 15시간만에 '화재 완전진압' 발표
당시 관람객들이 대성당 내부로 들어가려고 하자 아무런 설명 없이 대성당의 문이 갑작스럽게 닫혔다고 한다.

그 직후, 96m 높이의 대성당 첨탑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연기는 회색으로, 그 다음엔 검은색으로 변하더니 대성당을 휘감기 시작했다.

대성당 내부도 불길에 휩싸인 것이 명백해 보였다.

곧이어 주황색 화염이 첨탑에서 솟아올랐고 빠르게 번져나갔다.

대성당의 문이 조금만 늦게 닫혔더라면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었던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화재 당시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진술도 있다.

CNN에 따르면 프랑스계 미국인인 프랑수아 그자비에 로쉐(70)는 대성당 내 신도들이 막 기도를 시작했을 때 엄청나게 큰 소리로 알람이 울렸다고 말했다.

프랑스어와 영어로 나온 내부 방송을 거의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많은 신도가 영문도 모른 채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을 때 경찰관 한 명이 신부에게 다가와 "농담이 아니다.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쉐는 전했다.

로쉐는 귀가하려고 돌아서서 막 발걸음을 뗐을 때 연기를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트르담의 화살'로 불리는 첨탑은 화재 발생 한 시간만인 오후 7시50분께 허무하게도 무너져 내렸다.

또 '숲'이라는 별칭이 붙은 100m가 넘는 지붕 구조물 역시 화마의 손길을 피하지 못한 채 상당 부분이 재로 변해 버렸다.

소방당국은 AFP통신에 "첨탑은 물론이고 지붕의 3분의 2가량이 화재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13세기 쌍탑과 서쪽 정면 등 주요 구조물을 보존한 것은 그나마 대규모 소방작업 덕분이었다.

400여명의 소방관이 18개의 소방호스로 불을 끄기 위한 사투를 벌였다.

일부 소방관은 수십 미터짜리 크레인에 걸터앉아 끊임없이 물을 뿌려댔다.

다행히 화재 발생 4시간여 만인 오후 11시께 소방당국은 대성당의 주요 구조물은 보존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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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진화와 함께 대성당에 보관된 유물을 챙기고 보존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었다.

소방관들은 가장 귀중한 유물이 있는 건물 뒤쪽을 보호하는 데도 투입됐다.

가시면류관과 13세기 프랑스 루이 왕이 입었던 튜닉(상의) 등이 화재 현장에서 구해낸 유물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노트르담 화재 소식을 접한 뒤 대국민담화를 취소한 채 현장에 본부를 설치하고 화재 진화에 분주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후 11시30분께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최악은 피했다"며 "국민과 함께 성당을 재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러나 큰 불길을 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8시간 여만인 16일 오전 3시께야 잔불이 남아 있다면서도 큰 불길을 잡았다고 밝혔다.

또 7시간 후인 오전 10시께 "불길을 전부 잡았다"고 완진을 발표한 뒤 화재 원인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