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0조원 넘어선지 9년만…고가품 매출 호조 등 영향

국내 백화점 매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마(魔)의 30조원 벽'을 돌파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백화점 판매(매출)액은 전년보다 2.3% 늘어난 약 30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09년 20조원의 문턱을 넘어선 지 9년 만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국내 백화점 시장은 최근 3~4년간 경기 침체와 소비 트렌드 변화, 강화된 유통규제 등의 영향으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매출은 2012년 이후 6년 연속 29조 원대에 머물면서 30조 원 돌파가 쉽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2017년 백화점 매출은 29조3천억 원이었고, 전년도인 2016년은 29조9천억 원, 2015년은 29조2천억 원, 2014년은 29조3천억 원, 2013년은 29조8천억 원, 2012년은 29조1천억 원이었다.

특히 2016년에는 정유경 총괄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신세계백화점이 공격적 점포 확장에 나서면서 30조원 돌파가 유력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막판에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이 잡혔다.

신세계 강남점 증축과 김해점, 하남점 신규 개장 등으로 백화점 매장 수와 영업면적이 늘어나면서 매출 증대 효과가 기대됐지만, 막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주말 촛불집회 등으로 소비심리가 급랭하면서 백화점 성수기인 11~12월 매출이 부진해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이다.

당시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의 경우 11월과 12월 매출이 각각 0.5%, 0.6% 역신장했고, 현대백화점도 11월 -1.5%, 12월 -0.7%의 부진한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신세계는 강남점 증축과 신규점 개장의 영향으로 11월과 12월 전체 매출은 각각 14.9%, 24.8% 신장했지만, 시내 중심가에 있어 촛불집회의 영향을 많이 받은 본점 매출이 11월 -5.4%, 12월 -1.6% 등으로 부진했다.

지난해에도 전망이 낙관적인 것은 아니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이른바 '빅3' 백화점의 신규 출점이 중단되고 일부 저수익 점포에 대한 줄폐점까지 이어지면서 30조원 돌파가 쉽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극심한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공기청정기 등 고가 가전제품의 매출이 급증하고, 고소득층이 즐겨 찾는 명품 매출이 크게 늘면서 전체적인 매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재작년 국내 백화점 매출에 적잖은 타격을 줬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인 고객 급감 추세도 점차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매출 증가에 탄력을 붙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전체적인 점포 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고가 가전제품과 명품 등의 매출 호조, 사드 충격 회복세 등의 영향으로 기존점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30조원 돌파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국내 백화점 시장은 롯데, 현대, 신세계 등 3곳이 전체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으며 갤러리아와 AK플라자 등 기타 군소 백화점들이 나머지 20%를 차지하고 있다.
백화점 매출 '魔의 30조원 벽' 넘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