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허, 허가, 재불허…원희룡 제주지사, 녹지병원개원 입장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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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지사, 첫 영리병원 추진에 2년여간 상반된 결론…정치적 입지에 영향 가능성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원희룡 제주지사가 개원 신중론에서 허가로 입장을 바꾼 데 이어 이번엔 개원을 불허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7일 녹지병원에 대해 의료법상 개원시한(90일)을 넘기고도 병원개원을 하지 않았다며 병원개원을 취소했다.
원 지사가 이날 녹지병원에 대해 최종 개설허가 취소 입장을 밝혔으나 그간 원 지사는 돌연 입장을 바꾸는 모습을 반복해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예상된다.
원 지사는 지난해 12월 5일 녹지병원 개원을 조건부로 허가할 당시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고려해 도민의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개설을 허가해 줬다.
원 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과까지 했다.
원 지사의 개원 허가 결정에 앞서 녹지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6개월간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 공론화 절차를 거쳐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원 지사에게 권고했다.
원 지사는 지난해 12월 개원 허가를 내주기 2개월 전까지만 해도 녹지병원 개원 허가에 대해 '신중론'을 펼쳤다.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 발표 이후 나흘 뒤인 지난해 10월 8일 주간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녹지병원 공론조사는 이해관계자와 관점이 상충하는 사안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전에 이뤄진 숙의형 민주주의 제도로 제주도민의 민주주의 역량을 진전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공론조사 위원회의 불허권고를 최대한 존중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지난달 열린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도 시정연설을 통해 "녹지병원 불허 권고를 겸허히 수용하되, 지역주민과 이해관계자·도의회 그리고 정부와 합리적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라고까지 말했다. ◇ '갈팡질팡'(?) 배경은
녹지병원 개원 여부에 대해 신중론에서 불허, 다시 허가, 불허 등 입장을 바꾼 점은 원 지사의 고민이 상당히 깊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녹지병원이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만큼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제주에 미칠 대내외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우선 1천억원 내외로 예상하는 손해배상 책임과 지역주민 반발이다.
녹지병원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는 지난 2월 도의 조건부 개원 허가를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행정소송의 결과에 따라 도가 의료법상 개원 취소를 했더라도 녹지병원의 최종 개원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녹지제주는 조건부 개원 허가 취소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병원을 개원하기보다는 승소를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변의 의견이다.
녹지제주는 지난 3월 개원 취소 전 청문에서 "도와 JDC의 요구에 떠밀려 총 778억원을 들여 녹지병원 건물을 준공하고 2017년 8월 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신청할 당시 당장 진료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모든 시설과 장비, 인력확보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병원 개설허가가 1년 4개월가량 미뤄져 8억5천만원의 순손실이 발생한 상태에서 애초 예상에도 없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으로 이에 대한 불복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개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원 지연에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반론했다.
또 "도가 개원 허가를 장기간 지연해 오다 예상에도 없이 외국인으로 한정한 조건부 허가 처분을 내 한·중FTA 투자협정으로 보호받고 있는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렸다"면서 "녹지가 손실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반론했다.
지역주민들도 "병원이 들어와 동네가 발전한다는 말에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헐값에 넘겼다"며 "그 사이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병원 취소가 되면 토지반환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두 번째로는 행정의 신뢰성과 신인도 추락으로 인한 대외 이미지 실추다.
제주의 경우 외국인 투자실적이 다른 시·도와 비교해 사실상 정체 수준이다.
공사 중단된 예래휴양형주거단지사업을 비롯해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신화련 금수산장 관광단지 조성사업 등 외국인 투자사업이 시민사회단체의 반발 등으로 공사 도중 또는 인허가 과정에서 줄줄이 애를 먹고 있기 때문에 제주도가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기피처가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녹지국제병원의 개원 불허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에 대해 아쉬움도 엿보인다.
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녹지국제병원 처리 방향을 놓고 정부 측과 논의했지만, 책임 있는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도는 2017년 9월 4일 '외국의료기관(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신청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건복지부에 발송했다.
공문에는 2015년 12월 18일 '외국의료기관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한 정부와 제주도가 공동 책임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신청에 대응하자는 요청이 담겼다.
그러나 복지부는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권자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이므로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을 밝힌 바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지난해 9월 열린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도 "새 정부 출범 이후 비공식적으로 다각도의 루트를 통해 타진도 했고 제안이 오갔지만, 결론은 없었다"며 "쉽게 말해 누구도 선뜻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제3의 대안을 내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는 17일 녹지병원에 대해 의료법상 개원시한(90일)을 넘기고도 병원개원을 하지 않았다며 병원개원을 취소했다.
원 지사가 이날 녹지병원에 대해 최종 개설허가 취소 입장을 밝혔으나 그간 원 지사는 돌연 입장을 바꾸는 모습을 반복해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예상된다.
원 지사는 지난해 12월 5일 녹지병원 개원을 조건부로 허가할 당시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고려해 도민의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개설을 허가해 줬다.
원 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과까지 했다.
원 지사의 개원 허가 결정에 앞서 녹지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6개월간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 공론화 절차를 거쳐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원 지사에게 권고했다.
원 지사는 지난해 12월 개원 허가를 내주기 2개월 전까지만 해도 녹지병원 개원 허가에 대해 '신중론'을 펼쳤다.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 발표 이후 나흘 뒤인 지난해 10월 8일 주간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녹지병원 공론조사는 이해관계자와 관점이 상충하는 사안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전에 이뤄진 숙의형 민주주의 제도로 제주도민의 민주주의 역량을 진전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공론조사 위원회의 불허권고를 최대한 존중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지난달 열린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도 시정연설을 통해 "녹지병원 불허 권고를 겸허히 수용하되, 지역주민과 이해관계자·도의회 그리고 정부와 합리적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라고까지 말했다. ◇ '갈팡질팡'(?) 배경은
녹지병원 개원 여부에 대해 신중론에서 불허, 다시 허가, 불허 등 입장을 바꾼 점은 원 지사의 고민이 상당히 깊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녹지병원이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만큼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제주에 미칠 대내외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우선 1천억원 내외로 예상하는 손해배상 책임과 지역주민 반발이다.
녹지병원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는 지난 2월 도의 조건부 개원 허가를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행정소송의 결과에 따라 도가 의료법상 개원 취소를 했더라도 녹지병원의 최종 개원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녹지제주는 조건부 개원 허가 취소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병원을 개원하기보다는 승소를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변의 의견이다.
녹지제주는 지난 3월 개원 취소 전 청문에서 "도와 JDC의 요구에 떠밀려 총 778억원을 들여 녹지병원 건물을 준공하고 2017년 8월 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신청할 당시 당장 진료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모든 시설과 장비, 인력확보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병원 개설허가가 1년 4개월가량 미뤄져 8억5천만원의 순손실이 발생한 상태에서 애초 예상에도 없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으로 이에 대한 불복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개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원 지연에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반론했다.
또 "도가 개원 허가를 장기간 지연해 오다 예상에도 없이 외국인으로 한정한 조건부 허가 처분을 내 한·중FTA 투자협정으로 보호받고 있는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렸다"면서 "녹지가 손실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반론했다.
지역주민들도 "병원이 들어와 동네가 발전한다는 말에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헐값에 넘겼다"며 "그 사이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병원 취소가 되면 토지반환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두 번째로는 행정의 신뢰성과 신인도 추락으로 인한 대외 이미지 실추다.
제주의 경우 외국인 투자실적이 다른 시·도와 비교해 사실상 정체 수준이다.
공사 중단된 예래휴양형주거단지사업을 비롯해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신화련 금수산장 관광단지 조성사업 등 외국인 투자사업이 시민사회단체의 반발 등으로 공사 도중 또는 인허가 과정에서 줄줄이 애를 먹고 있기 때문에 제주도가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기피처가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녹지국제병원의 개원 불허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에 대해 아쉬움도 엿보인다.
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녹지국제병원 처리 방향을 놓고 정부 측과 논의했지만, 책임 있는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도는 2017년 9월 4일 '외국의료기관(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신청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건복지부에 발송했다.
공문에는 2015년 12월 18일 '외국의료기관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한 정부와 제주도가 공동 책임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신청에 대응하자는 요청이 담겼다.
그러나 복지부는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권자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이므로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을 밝힌 바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지난해 9월 열린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도 "새 정부 출범 이후 비공식적으로 다각도의 루트를 통해 타진도 했고 제안이 오갔지만, 결론은 없었다"며 "쉽게 말해 누구도 선뜻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제3의 대안을 내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