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4시 40분께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1층에 사는 유모(63)씨는 '쿵'하는 소리에 사고라도 났나 싶어 확인차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입구 근처로 오니 1층 계단 쪽에 사람 두 명이 바닥에 피를 쏟은 채 쓰러져 있었다.
엘리베이터 입구 바닥에도 피가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순간 가슴이 내려앉은 유씨는 아파트 밖으로 달려 나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4층에 불이 나 있었다.
유씨는 다른 행동을 취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주민들도 하나둘씩 밖으로 달려 나왔다.
모두 어두운 표정에 경황이 없어 보였다.
얼굴에서 피를 흘리며 빠져나온 사람도 있었다.
어떤 주민은 '엄마, 엄마'라고 외치며 오열하기도 했다.
유씨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곳은 임대 아파트라 많은 입주민이 혼자 살고 있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원들은 아파트 건물 안으로 진입해 부상자와 사망자들이 이송하기 시작했다. 꼭두새벽에 주민과 출동한 소방대원·경찰 수십명이 아파트 밖에 뒤엉켜 현장은 재난 현장을 방불케 했다.
유씨는 "총 7명이 들것에 실려 나가는 것을 확인했다"며 "제일 마지막에는 어린아이 한 명이 실려 나왔다"고 말했다.
얼마 후 경찰들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고함과 쇠가 부딪히는 소리 등이 들리더니 큰 키에 호리호리한 남성 한 명이 붙들려 나왔다고 그는 전했다.
유씨는 "아는 지인 얘기를 들어보니 대피하던 중 아파트 2층 계단에서 범인과 마주쳤는데 그 사람은 손에 흉기를 쥔 채 자기를 노려봤다고 한다"며 "그런데 지인이 덩치가 커 힘깨나 쓰게 생겨서 그랬는지 지켜보기만 해 무사히 빠져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전 이런 일은 겪은 적이 없다 보니 무섭고 섬뜩하다"며 "같은 동에 사는 식당 아줌마도 사건에 휘말려 다친 것 같은데 지금 연락이 되지 않아 너무 걱정된다"고 한탄했다.
사건 당시 충격으로 인해 그는 아직 집에 들어갈 생각도 못 하고 속절없이 밖에서 상황만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