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추진 17년 흑역사…찬반 논란 다시 원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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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제주에 들어서기로 했던 국내 첫 영리병원이 결국 좌초됐다. 제주도는 국내 영리병원 1호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줬으나, 녹지국제병원이 시한 내에 개원하지 못하면서 결국 허가를 취소했다.
정부가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 대상의 제한적 영리병원 설립 허용이후,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찬성 의견과 국내 공공의료체계를 허물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충돌하며 그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17년간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영리병원 도입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김대중 정부 당시인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당시 이 법은 외국인이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외국인 전용 영리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투자와 입주가 예상을 밑돌았고 내국인을 진료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정작 병원을 세우겠다는 외국인 투자자가 나오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유치가 급선무인 재정경제부는 외국인 전용병원에서 내국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런 내용으로 2004년 말 법이 개정됐다. 꺼져가던 불씨는 2005년 제주에서 재점화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1년 앞두고 제주도는 의료관광이라는 명목으로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었다.
2006년 2월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은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인 경우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제주에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법인의 종류와 요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에 필요한 사항은 도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제도적으로 영리병원 설립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지자 같은 해 12월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이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신규 핵심프로젝트로 확정돼 추진됐다.
2008년 들어서 김태환 제주지사가 영리병원 추진의사를 공론화하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여론조사에서 반대 39.9%, 찬성 38.2%로 무산됐다.
이후에도 영리병원 문제는 매번 뜨거운 논란을 불렀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2월 영리병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발표하며 영리병원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해진 지 10년이 넘었지만, 투자자가 없어 아직 한 곳도 설립되지 않자 정부가 다시 팔을 걷어붙인 것이었다.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녹지그룹이 제출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녹지그룹의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2017년 8월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지하 1층, 지상 3층, 전체면적 1만7천679㎡ 규모의 녹지국제병원을 짓고 도에 개원 허가 신청서를 냈다.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 허가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자 제주도는 이듬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2018년 10월 4일 6개월간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대답한 비율이 58.9%로, 허가 의견보다 20% 포인트 높게 나타나 결국 개설 불허 방향으로 도의 방침이 정해졌다.
그러나 그해 12월 5일 제주도는 불허할 경우 제주에 미칠 대내외적인 파장을 우려해 외국인 전용 진료 조건부로 국내 첫 영리병원을 승인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시민사회단체와 사업자 측 양쪽의 반발을 동시에 불렀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개설 불허권고를 무시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사업자 측은 외국인 전용 조건부 허가가 위법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녹지국제병원은 90일간의 개원 시한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제주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녹지국제병원이 개원 시한인 지난달 4일까지 문을 열지 못하면서 제주도는 행정적인 취소 절차를 거쳐 17일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허가를 취소했다.
결국 17년간 이어진 국내 영리병원 개설을 둘러싼 공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 영리·비영리 병원 논란
영리병원은 간단히 말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이다.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받아 병원을 운영하고,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주식회사 형태의 병원을 말한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50% 이상이거나 미화 500만 달러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외국계 의료기관을 제주도와 8개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영리병원은 이름 그대로 기업처럼 이윤을 남겨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비영리병원과 구분된다.
비영리병원은 병원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의료시설 확충과 인건비, 연구비 등 병원의 설립목적에 맞도록 재투자해야 한다.
따라서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은 모두 영리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지만, 영업 이익의 종착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영리병원이 '외국인 투자병원', '투자개방형 의료법인','투자개방형 병원','영리 의료법인' 등 다양한 명칭으로 혼용되는 것은 이와 같은 설립·운용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내국인도 영리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모든 의료기관은 어떤 환자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진료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어 해외 의료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 영리병원도 원칙적으로 내국인을 진료할 수 있다.
다만, 최근 논란이 일었던 녹지국제병원의 경우 더 큰 제약이 뒤따라 사업자 측의 반발을 샀다.
제주도는 국내 정서를 고려해 외국인 전용으로 조건부 개원 형식으로 허가했고, 진료과목도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의료보험체계가 무너져 의료비의 양극화와 의료비 상승만을 불러온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고용창출·해외환자 유치 등을 위해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도는 영리병원을 허가하면서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으므로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 들어서기로 했던 국내 첫 영리병원이 결국 좌초됐다. 제주도는 국내 영리병원 1호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줬으나, 녹지국제병원이 시한 내에 개원하지 못하면서 결국 허가를 취소했다.
정부가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 대상의 제한적 영리병원 설립 허용이후,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찬성 의견과 국내 공공의료체계를 허물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충돌하며 그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17년간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영리병원 도입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김대중 정부 당시인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당시 이 법은 외국인이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외국인 전용 영리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투자와 입주가 예상을 밑돌았고 내국인을 진료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정작 병원을 세우겠다는 외국인 투자자가 나오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유치가 급선무인 재정경제부는 외국인 전용병원에서 내국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런 내용으로 2004년 말 법이 개정됐다. 꺼져가던 불씨는 2005년 제주에서 재점화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1년 앞두고 제주도는 의료관광이라는 명목으로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었다.
2006년 2월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은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인 경우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제주에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법인의 종류와 요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에 필요한 사항은 도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제도적으로 영리병원 설립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지자 같은 해 12월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이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신규 핵심프로젝트로 확정돼 추진됐다.
2008년 들어서 김태환 제주지사가 영리병원 추진의사를 공론화하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여론조사에서 반대 39.9%, 찬성 38.2%로 무산됐다.
이후에도 영리병원 문제는 매번 뜨거운 논란을 불렀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2월 영리병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발표하며 영리병원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해진 지 10년이 넘었지만, 투자자가 없어 아직 한 곳도 설립되지 않자 정부가 다시 팔을 걷어붙인 것이었다.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녹지그룹이 제출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녹지그룹의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2017년 8월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지하 1층, 지상 3층, 전체면적 1만7천679㎡ 규모의 녹지국제병원을 짓고 도에 개원 허가 신청서를 냈다.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 허가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자 제주도는 이듬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2018년 10월 4일 6개월간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대답한 비율이 58.9%로, 허가 의견보다 20% 포인트 높게 나타나 결국 개설 불허 방향으로 도의 방침이 정해졌다.
그러나 그해 12월 5일 제주도는 불허할 경우 제주에 미칠 대내외적인 파장을 우려해 외국인 전용 진료 조건부로 국내 첫 영리병원을 승인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시민사회단체와 사업자 측 양쪽의 반발을 동시에 불렀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개설 불허권고를 무시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사업자 측은 외국인 전용 조건부 허가가 위법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녹지국제병원은 90일간의 개원 시한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제주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녹지국제병원이 개원 시한인 지난달 4일까지 문을 열지 못하면서 제주도는 행정적인 취소 절차를 거쳐 17일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허가를 취소했다.
결국 17년간 이어진 국내 영리병원 개설을 둘러싼 공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 영리·비영리 병원 논란
영리병원은 간단히 말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이다.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받아 병원을 운영하고,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주식회사 형태의 병원을 말한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50% 이상이거나 미화 500만 달러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외국계 의료기관을 제주도와 8개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영리병원은 이름 그대로 기업처럼 이윤을 남겨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비영리병원과 구분된다.
비영리병원은 병원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의료시설 확충과 인건비, 연구비 등 병원의 설립목적에 맞도록 재투자해야 한다.
따라서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은 모두 영리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지만, 영업 이익의 종착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영리병원이 '외국인 투자병원', '투자개방형 의료법인','투자개방형 병원','영리 의료법인' 등 다양한 명칭으로 혼용되는 것은 이와 같은 설립·운용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내국인도 영리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모든 의료기관은 어떤 환자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진료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어 해외 의료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 영리병원도 원칙적으로 내국인을 진료할 수 있다.
다만, 최근 논란이 일었던 녹지국제병원의 경우 더 큰 제약이 뒤따라 사업자 측의 반발을 샀다.
제주도는 국내 정서를 고려해 외국인 전용으로 조건부 개원 형식으로 허가했고, 진료과목도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의료보험체계가 무너져 의료비의 양극화와 의료비 상승만을 불러온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고용창출·해외환자 유치 등을 위해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도는 영리병원을 허가하면서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으므로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