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社 계약관계 그물처럼 얽혀있어
삼성전자 득실 놓고는 의견 분분
애플과 퀄컴의 합의 전까지만 해도 두 업체의 갈등으로 삼성전자나 화웨이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애플은 2017년 특허 전쟁을 시작한 이후 퀄컴 모뎀칩을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5G 모뎀칩 공급사로 우선 삼성전자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생산 물량 부족을 이유로 손사래를 치자 울며 겨자 먹기로 퀄컴과의 화해를 택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화웨이는 런정페이 회장이 지난 15일 “애플에 모뎀칩을 팔 수 있다”고 구애에 나섰지만 애플과 퀄컴의 화해로 머쓱해진 모양새다. 5G 모뎀칩 시장에선 분쟁 합의를 통해 애플 물량을 잡은 퀄컴이 우세를 점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맹렬히 추격하는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플과 퀄컴의 소송이 일단 중단됐지만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동안 이들 기업이 스마트폰 생태계의 패권을 놓고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합종연횡했기 때문이다. 2015~2017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퀄컴 조사건은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꼽힌다. 퀄컴은 스마트폰 제작에 꼭 필요한 표준필수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와 애플은 공정위 심판정에서 퀄컴의 특허권 남용을 증언하며 힘을 합쳐 퀄컴을 공격했다. 공정위 조사가 끝난 뒤엔 구도가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퀄컴과 특허권 관련 계약을 다시 체결하고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애플은 퀄컴과의 전쟁을 택했다.
이번 합의에 따른 삼성전자의 득실을 놓고는 의견이 나뉜다. ‘큰손’ 애플에 물량을 공급하며 통신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높일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5G폰 시장이 커질 수 있고 퀄컴이 삼성전자에 5G 모뎀칩 위탁 생산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