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제재를 받은 기업과 회계사 수가 지난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와 제약·바이오기업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감리 등으로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벌어진 감사대란이 이 같은 제재 확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바 사태·바이오 감리…지난해 회계위반 제재 급증
1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최근 3년간 상장사 감리결과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회계감리 대상은 총 100곳으로 2017년 91곳 대비 9.9% 늘었다. 이 중 표본추출 방법으로 감리 대상을 선정하는 표본감리는 77건, 위반혐의 사항을 사전에 인지해 시행하는 혐의감리는 23건으로 집계됐다.

감리를 받은 뒤 증선위로부터 조치를 받은 건수는 지난해 60건으로 전년 대비 76% 늘었다. 감리 대상 중 제재를 받은 비율(지적률)이 60%에 달했다. 2017년 지적률이 34%였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제재 대상 중 ‘고의적 분식’을 포함한 중과실 이상 조치는 26건으로 43.3%를 차지했다.

부실감사로 제재를 받은 회계법인과 회계사도 급증했다. 지난해 회계법인 조치 건수는 78건으로 전년 대비 81% 늘었고 회계사는 199명으로 76% 증가했다. 회계업계 일각에선 ‘신외감법(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 도입 이후 징계가 강화된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 회계사는 “대우조선해양 감사인은 실형을 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인은 자격증이 정지되는 것을 눈으로 본 회계사들이 ‘목숨 걸고’ 감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신외감법 이후 징계가 강화된 만큼 앞으로 외부감사를 더욱 보수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보수적 회계감사에 따라 ‘비적정 의견’이 쏟아지며 감사대란이 벌어진 것과 관련, 상시감사 시스템을 도입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공인회계사회, 상장회사협의회 등 관계자가 참석한 ‘회계개혁의 연착륙을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감사의견이 기업과 외부감사인 간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결정될 수 있도록 연중 상시감사 시스템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기업 내부감사기구와 외부감사인은 중요한 회계 이슈를 감사계획 단계부터 선별하고 분반기 검토 등 수시로 의견을 교환해 기말 감사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중요 사항은 분반기 재무제표 주석이나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더욱 신속하고 충실하게 공시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금융위는 회계개혁의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 1년 동안 ‘회계개혁 정착지원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 새 제도 도입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