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해체가 미래 먹거리?…"시장 규모 2兆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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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 공개
500억 펀드 조성·전문인력 양성
2030년까지 국내 12기 해체 개시
500억 펀드 조성·전문인력 양성
2030년까지 국내 12기 해체 개시
정부가 500억원 규모의 원전 전환펀드 조성 등 원전 해체산업 지원 정책을 내놨다. 2017년 탈(脫)원전을 선언한 뒤 원전 생태계가 붕괴될 조짐을 보이자 해체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한 상태에서 시장 규모가 훨씬 작은 해체시장만으로는 원전산업이 고사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원전 해체만으론 생태계 붕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원전 해체산업 육성 전략’을 확정했다. 홍 부총리는 “2035년까지 세계 원전 해체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달성해 톱5 국가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며 “원전해체연구소 설립과 해체 기술표준 마련 등 제도적 기반을 조기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마련한 해체산업 전략은 △초기시장 창출 및 인프라 구축 △해체 전문 강소기업 육성 △글로벌시장 진출 지원 △제도기반 구축 등 크게 네 가지다. 2022년까지 1300명의 해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원전사업 전환펀드를 별도 조성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17년 6월 영구정지를 선언했던 고리 1호기를 필두로 2030년까지 국내에서만 총 12기 해체를 개시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등까지 모두 합한 총 30기 원전을 모두 해체하면 2080년대까지 22조5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해체시장 규모는 원전 1기에 7500억원, 사업기간은 최장 10년에 불과하다. 신규 건설액만 1기당 4조3000억원에다 최장 70년(건설 10년+운영 60년)간 생태계가 유지되는 건설·유지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원전 해체시장은 정부 추산으로도 2030년까지 2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2020년대 후반에야 해체기술이 어느 정도 축적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해체는 폐기물 처분이 4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이라며 “세계적으로 원전 수명을 늘리는 추세여서 시장 규모 자체도 예상보다 훨씬 작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체 경험도 없는데… 해외수주 어려워”
원전 해체산업에 대한 기업 및 대학의 관심이 적은 것도 문제다.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향후 탈원전 정책이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한양대와 조선대는 지난해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원전 해체 특성화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다. 한양대에는 10명 정원 중 올해 4명만 지원했다. 조선대엔 해체전공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한양대 관계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재들이 원전산업 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선대 관계자는 “원전산업을 키우겠다던 정부가 갑자기 탈원전으로 돌아섰는데 몇 년 뒤에는 해체산업이 어찌될지 모르는 일 아니냐”며 “성적이 우수한 원자력 전공자들은 발전소 건설을 공부해 해외로 나가는 걸 선호한다”고 전했다. 2022년까지 특성화대학원에서 원전 해체 전문가 160여 명을 양성한다는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발전설비 부품을 생산하는 부산의 한 중소기업 임원은 “원전 해체는 자국 업체에 맡기는 게 국제 관행인 데다 해체 경험도 없는 우리가 무슨 재주로 해외 수주를 따올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원전업체 대표는 “정부가 금융지원을 해준다고 하지만 대출 한도가 꽉 차 고사 직전인 원전 부품 기업이 태반”이라며 “몇 년째 정부에 휘둘리다 보니 업계에선 ‘저러다 말겠지’ 하고 흘려듣는 수준”이라고 했다.
조재길/구은서 기자 road@hankyung.com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원전 해체산업 육성 전략’을 확정했다. 홍 부총리는 “2035년까지 세계 원전 해체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달성해 톱5 국가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며 “원전해체연구소 설립과 해체 기술표준 마련 등 제도적 기반을 조기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마련한 해체산업 전략은 △초기시장 창출 및 인프라 구축 △해체 전문 강소기업 육성 △글로벌시장 진출 지원 △제도기반 구축 등 크게 네 가지다. 2022년까지 1300명의 해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원전사업 전환펀드를 별도 조성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17년 6월 영구정지를 선언했던 고리 1호기를 필두로 2030년까지 국내에서만 총 12기 해체를 개시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등까지 모두 합한 총 30기 원전을 모두 해체하면 2080년대까지 22조5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해체시장 규모는 원전 1기에 7500억원, 사업기간은 최장 10년에 불과하다. 신규 건설액만 1기당 4조3000억원에다 최장 70년(건설 10년+운영 60년)간 생태계가 유지되는 건설·유지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원전 해체시장은 정부 추산으로도 2030년까지 2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2020년대 후반에야 해체기술이 어느 정도 축적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해체는 폐기물 처분이 4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이라며 “세계적으로 원전 수명을 늘리는 추세여서 시장 규모 자체도 예상보다 훨씬 작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체 경험도 없는데… 해외수주 어려워”
원전 해체산업에 대한 기업 및 대학의 관심이 적은 것도 문제다.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향후 탈원전 정책이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한양대와 조선대는 지난해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원전 해체 특성화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다. 한양대에는 10명 정원 중 올해 4명만 지원했다. 조선대엔 해체전공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한양대 관계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재들이 원전산업 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선대 관계자는 “원전산업을 키우겠다던 정부가 갑자기 탈원전으로 돌아섰는데 몇 년 뒤에는 해체산업이 어찌될지 모르는 일 아니냐”며 “성적이 우수한 원자력 전공자들은 발전소 건설을 공부해 해외로 나가는 걸 선호한다”고 전했다. 2022년까지 특성화대학원에서 원전 해체 전문가 160여 명을 양성한다는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발전설비 부품을 생산하는 부산의 한 중소기업 임원은 “원전 해체는 자국 업체에 맡기는 게 국제 관행인 데다 해체 경험도 없는 우리가 무슨 재주로 해외 수주를 따올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원전업체 대표는 “정부가 금융지원을 해준다고 하지만 대출 한도가 꽉 차 고사 직전인 원전 부품 기업이 태반”이라며 “몇 년째 정부에 휘둘리다 보니 업계에선 ‘저러다 말겠지’ 하고 흘려듣는 수준”이라고 했다.
조재길/구은서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