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이 지난 5일부터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리고 있는 공연은 참신한 연출과 구성으로 이 작품의 장대한 서사를 이끌어낸다. 2017년 취임한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지난해 ‘오슬로’에 이어 두 번째로 연출을 맡았다. 무대는 교회의 교리만이 세상의 진리로 여겨졌던 시대에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의 인간적 고뇌를 브레히트 특유의 서사극 연출기법으로 풀어낸다.
막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 무대에 배우들이 등장해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것부터 그렇다. 노래를 곁들여 지동설에 대해 설명하며 관객의 이해도를 높인다.
아역 배우들도 맹활약한다. 먼저 갈릴레이(김명수 분)가 어린 안드레아(이윤우 분)에게 지동설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친근함을 더한다. 극의 중간에도 아역 배우들이 함께 노래하는 장면을 자주 넣어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이다. 스크린에 수많은 별과 태양, 목성 등이 펼쳐진다. 갈릴레이는 무대 중앙에 놓인 계단식으로 된 장치에 올라가 관찰을 시작한다. 행성 궤도를 돌듯 장치가 빙글빙글 도는데, 이 움직임에 따라 아름다운 우주 속으로 함께 빠져드는 기분이 들게 한다.
전반적으로 갈릴레이의 고뇌가 잘 드러나는 편이지만, 근본 원인인 종교와의 갈등에 보다 집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페스트 이야기, 화려한 귀부인들에게 둘러싸인 갈릴레이의 모습 등이 다소 길게 배치돼 1막이 끝날 때쯤엔 이야기가 분산되고 흐름이 깨진 느낌이 든다. 공연은 오는 28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