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정부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미세먼지 저감 협정을 맺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미세먼지 현황과 국제 공조방안’ 세미나에서 나온 제안이다. 세미나에서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측정된 경우 그 원인은 중국 등 외부로부터의 영향이 최소 60%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 등 주요 도시와 그 주변 지역까지 포괄하는 광역 대기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의 제안과 주장만으로는 중국과의 공조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여야 원내대표단이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한 중국방문단 일정이 무산된 데 이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방중이 거절당한 것만 해도 그렇다.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 날아오는 중국발(發) 미세먼지에 대한 책임이 부각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그 전에 우리가 미세먼지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데이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중국 측을 만나봐야 공동 대응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이 부인할 수 없는, 다각적이고 심도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많은 양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한반도로 유입되는 것을 위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기오염물질의 농도만 해도 배출량, 기상, 화학반응, 장거리 이동 등 여러가지에 영향을 받고 있다. 미세먼지 배출원이 다양한 데다 여러가지 반응과정을 통해 미세먼지가 생성된다는 문제도 있다. 그런 만큼 초미세먼지 농도의 변화 추이와 관련한 중국과 한국의 유사점과 차이점, 여러 곳에서 이동해 온 오염물질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기질에 대한 국내 영향분과 국외 영향분 등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논리가 요구된다.

중국에는 우리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미세먼지 연구자들이 많아 정치적으로 어설프게 대응하다간 오히려 당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미세먼지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꼼짝 못 할’ 데이터부터 축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