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월마트·코스트코…'아마존 공포종목'이 뭐길래
126년 전통을 지닌 미국 백화점 시어스가 지난해 11월 파산했다. 이 소식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시어스만이 아니다. 세계 1위 완구회사였던 토이저러스, 미국 대형서점 체인 반스앤드노블 등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지배해온 거인 기업이 잇달아 쓰러졌다. 이는 한 기업의 성장과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선 이런 말이 나온다. “아마존과 대결하는 기업은 죽는다.”

《데스 바이 아마존(Death by Amazon)》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아마존의 전략과 이에 맞선 기업들의 움직임을 소개한다. 저자는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의 미래유통 전문가 시로타 마코토다. 그는 “아마존발(發) 유통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하면 거대 기업도 아마존에 잡아먹힐 것”이라고 주장한다.

‘데스 바이 아마존’은 미국 투자회사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에서 개발한 ‘아마존 공포종목지수’를 뜻한다. 아마존에 영향을 받는 54개 상장기업의 지수다. 미국 대형마트인 월마트와 코스트코부터 드러그스토어인 CVS헬스까지 업종과 규모를 불문하고 목록에 올라 있다. 아마존이 2016년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드의 인수를 발표하자 코스트코 주가는 10% 넘게 떨어졌다.

1994년 설립된 아마존은 인터넷 쇼핑몰을 연 이후 전자책 등으로 영역을 넓혀 빠르게 성장했다. 온라인에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 시장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2015년엔 미국 시애틀에 첫 오프라인 매장인 아마존북스를 열었고 이듬해 홀푸드를 사들였다. ‘프라임 회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프라임 회원은 미국 기준 119달러(약 13만원)의 연회비를 내고 아마존 서비스를 이용한다. 아마존은 오프라인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서비스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해 프라임 회원을 늘렸다.

아마존의 성장에도 애플과 유니클로처럼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기업도 있다. 이들 기업엔 공통점이 있다. 상품의 수준을 높여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소비자 개인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말한다. “앞으로 5년 이내 온·오프라인 시장을 아우르는 최후의 승자가 나타날 것이다. 이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어떤 기업이든 강력한 브랜드 전략으로 반드시 아마존을 넘어야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