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자들의 남다른 ‘베트남 사랑’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신흥국 펀드 가운데 오직 베트남 펀드에만 투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부진하던 베트남 증시가 올해는 악재가 해소되면서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펀드에 꽂힌 투자자들
18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베트남 펀드에는 241억원(17일 기준)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중국(2054억원 순유출) 인도(289억원) 러시아(215억원) 브라질(38억원) 등 대부분 신흥국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익률 측면에선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베트남 펀드 수익률(-3.12%)은 신흥국 펀드 가운데 브라질(-7.03%)을 제외하면 가장 낮다. 올 들어 지난달 17일까지 13% 넘게 올랐던 베트남 호찌민지수가 지난 한 달간 4% 가까이 조정을 받은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증시가 조정을 받자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본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게 베트남 증시에 가장 큰 호재로 꼽힌다. 베트남은 수출 중심 경제구조로 인해 무역분쟁의 악영향을 크게 받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이 6.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자금의 유입도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외국인 지분한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영기업의 외국인 지분 제한(49%)을 없애는 것이 목표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베트남 증시는 외국인 소유 지분 제한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영기업 비중이 높아 수급 개선이 기대된다”며 “2020년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증시에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베트남 증시는 10대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쏠림이 심하고, 회계 투명성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아 투자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동남아시아에 투자하는 외국계 자금은 경제 규모가 크고, 내수시장도 발달한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몰리는데 한국은 유난히 베트남에 꽂혀 있다”며 “베트남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주식시장 및 기업의 투명성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