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규제 안받는 병원 나와야 헬스케어산업 혁신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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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쟁력 포럼
모든 의료기관에 건강보험 적용
法에 나열된 진료만 가능해
모든 의료기관에 건강보험 적용
法에 나열된 진료만 가능해
“국내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 때문에 모든 병원이 평균적인 진료를 해야 합니다. 투자개방형 병원이 들어선다 해도 건강보험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하기 어렵습니다.”
박윤형 순천향대 의대 교수는 18일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산업경쟁력포럼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을 위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의료기관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경쟁력포럼은 국가미래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하는 행사다. 이날 세미나는 ‘의료산업 발전과 영리병원 이슈’를 주제로 열렸다.
제주도는 지난 17일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허가를 취소했다. 녹지국제병원을 운영하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지난해 말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받은 뒤 3개월이 넘도록 병원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2002년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지 17년이 지나도록 성공한 모델이 나오지 못한 것은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국내는 입원 병상이 과잉 공급되고 있는 데다 의료기관 시설도 좋다”며 “송도 등에 해외 병원을 유치하려는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건강보험 개혁으로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법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맺고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이를 당연지정제 혹은 강제지정제라고 부른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독일 등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대부분 나라는 한국과 달리 신청한 의료기관만 건강보험과 계약을 맺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의료기관은 건강보험법에 따라 정해진 의료행위만 할 수 있다. 엄격한 포지티브 시스템이다. 환자가 직접 돈을 내고 다른 진료를 받고 싶어 해도 의사가 항목에 없는 진료를 임의로 하면 불법이다. 경직된 제도 탓에 최신 기술을 의료에 적용하는 데도 제약이 많다. 박 교수는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산업을 융합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라며 “건강보험과 계약을 맺지 않은 비보험 병원을 전체의 5% 정도 허용하고 이들이 규제프리존에서 산업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신의료기술제도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국내에서는 새로운 의료기기나 기술을 개발하면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되기 위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임상시험을 한 뒤 논문도 내야 한다. 평균 2년 정도 걸린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법제이사(단국대 의대 교수)는 “어떤 의료기술에 임상시험 결과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신의료기술이 아니라 구의료기술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리스티안 버나드가 1967년 세계 최초로 심장수술을 했는데 한국이었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세계 첫 수술인 만큼 논문을 미리 내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낮은 수가(진료비)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경희 연세대 의대 임상교수는 “건강보험 수가로 병원에서 환자를 한 명 진료하면 1만~1만5000원 정도 받는데 하루 꼬박 60명을 봐도 한 달에 1000만원의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공공의료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승권 가톨릭의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보건의료체계는 의·과학 기술 발전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며 “대형병원의 외래진료 제한 등 쏠림 현상을 개편하는 구조 개혁이 우선돼야 의료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박윤형 순천향대 의대 교수는 18일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산업경쟁력포럼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을 위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의료기관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경쟁력포럼은 국가미래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하는 행사다. 이날 세미나는 ‘의료산업 발전과 영리병원 이슈’를 주제로 열렸다.
제주도는 지난 17일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허가를 취소했다. 녹지국제병원을 운영하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지난해 말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받은 뒤 3개월이 넘도록 병원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2002년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지 17년이 지나도록 성공한 모델이 나오지 못한 것은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국내는 입원 병상이 과잉 공급되고 있는 데다 의료기관 시설도 좋다”며 “송도 등에 해외 병원을 유치하려는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건강보험 개혁으로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법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맺고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이를 당연지정제 혹은 강제지정제라고 부른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독일 등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대부분 나라는 한국과 달리 신청한 의료기관만 건강보험과 계약을 맺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의료기관은 건강보험법에 따라 정해진 의료행위만 할 수 있다. 엄격한 포지티브 시스템이다. 환자가 직접 돈을 내고 다른 진료를 받고 싶어 해도 의사가 항목에 없는 진료를 임의로 하면 불법이다. 경직된 제도 탓에 최신 기술을 의료에 적용하는 데도 제약이 많다. 박 교수는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산업을 융합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라며 “건강보험과 계약을 맺지 않은 비보험 병원을 전체의 5% 정도 허용하고 이들이 규제프리존에서 산업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신의료기술제도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국내에서는 새로운 의료기기나 기술을 개발하면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되기 위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임상시험을 한 뒤 논문도 내야 한다. 평균 2년 정도 걸린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법제이사(단국대 의대 교수)는 “어떤 의료기술에 임상시험 결과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신의료기술이 아니라 구의료기술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리스티안 버나드가 1967년 세계 최초로 심장수술을 했는데 한국이었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세계 첫 수술인 만큼 논문을 미리 내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낮은 수가(진료비)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경희 연세대 의대 임상교수는 “건강보험 수가로 병원에서 환자를 한 명 진료하면 1만~1만5000원 정도 받는데 하루 꼬박 60명을 봐도 한 달에 1000만원의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공공의료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승권 가톨릭의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보건의료체계는 의·과학 기술 발전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며 “대형병원의 외래진료 제한 등 쏠림 현상을 개편하는 구조 개혁이 우선돼야 의료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