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방향 발표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조정 여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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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동시에 보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조정 여부 문구를 삭제한 이유는 통화정책 방향성을 사전에 정해놓기보다 성장과 물가 흐름 등이 어디로 갈지 지켜보면서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뜻”이라며 “상황이 악화된다면 하방 리스크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곧바로 인하까지 검토하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향후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 통화정책도 그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2.6%→2.5%)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1.1%)는 아예 금리를 인하해야 할 상황이라는 의미나 다름없다”며 “한은이 갑작스럽게 통화정책 방향을 트는 게 부담스럽다 보니 일단 중립으로 돌아선 뒤 시간을 두고 인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미국 중앙은행(Fed)도 통화 긴축 의지를 접은 상황에서 한은이 계속 금리 인상을 내세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자산리서치부 팀장은 “하반기가 되면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기대가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고채 금리도 경기 둔화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반영되며 일제히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5%포인트 급락한 연 1.89%에 마감됐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한 채권 브로커는 “예상을 넘는 수준의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적 발언이 나오자 채권 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섰다”며 “기관도 채권 가격의 추가 상승을 예상해 물량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고경봉/이호기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