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많은 기업의 공통적인 경영 화두는 단연 ‘혁신’이다. 기업 총수들의 신년사를 보더라도 대부분 혁신을 강조한다. 혁신이 필요한 이유는 누구나 쉽게 이해한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왜 이렇게 혁신을 강조할까. 그만큼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략은 수립 과정도 중요하지만 실행이 더 중요하다. 실행하지 않은 전략은 어떤 변화도 만들지 못한다. 말로만 외쳐서는 실행되지 않는다. 전략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면 조직 문화, 조직 구조, 시스템 및 프로세스, 인적자원 등 경영 요소들이 전략과 적절하게 연계돼야 한다.

뱅앤올룹슨은 덴마크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오디오 명가(名家)다. 9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회사가 생산하는 오디오는 고가에 팔린다. 스피커만 하더라도 가격이 4000만~5000만원에 달한다. 이렇게 잘나가던 뱅앤올룹슨도 한때 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고급 오디오 수요가 급감하면서다. 설상가상으로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음악 소비 방식도 바뀌었다. 급기야 회사 매출이 기존 대비 반토막이 났다.

다급해진 뱅앤올룹슨 경영진은 다양한 혁신 전략을 도입했다. 우선 2012년 혁신적인 아이템을 개발할 수 있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다. ‘베오플레이’라는 서브 브랜드를 새로 내놓고 이 조직이 담당하도록 했다. 경영도 본사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수행하게 했다.

헨릭 크라우센 뱅앤올룹슨 최고경영자(CEO)는 “종전에 만들지 않던 제품을 출시해야 했기에 백지 상태에서 시작했다”며 “베오플레이는 일종의 인큐베이터였고, 성공하려면 베오플레이에 조직의 자율성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혁신은 성공적이었다. 베오플레이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휴대용 블루투스 이어폰·헤드폰·소형 스피커 등을 선보였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베오플레이는 설립 이후 연평균 60%를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하며 뱅앤올룹슨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베오플레이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50%에 달한다.

베오플레이와 같은 조직 운영 형태를 일컬어 ‘양손잡이 조직’이라고 한다. 한손은 기존 사업 중심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혁신적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조직 운영을 뜻한다.

뱅앤올룹슨 경영진은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 조직을 본사에서 약 350㎞ 떨어진 곳에 자리하도록 했다. 베오플레이를 기존 조직 내에 설치했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규모는 효율성에 비례하지만 혁신에는 반비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 관리의 대가(大家) 존 코터 하버드대 교수는 혁신에 실패하는 요인의 50% 이상이 조직 내부에 있다고 했다. 파괴적 혁신의 전도사 클레이튼 크리스텐스 교수도 혁신에는 늘 이에 반발하는 내부 조직이 있다고 주장한다.

뱅앤올룹슨처럼 혁신을 추구한다면 이에 적합한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 기업이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모습은 달라지겠지만 효과적인 전략 실행을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조직 운영도 뒤따라야 한다.

추구하고 있는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조직의 구조와 운영 방식이 적합한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강성호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