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탔던 주민 "계단으로 갔다면"…여성·어린이·노인들 충격 더 커
외벽·핏자국 상처 곳곳에 남아, 체계적인 심리상담·치료 병행 필요
"잠 못자고 벌벌 떤다" 트라우마 시달리는 흉기난동 아파트 주민
"악~하는 소리를 질렀어요. 무서워 벌벌 떨면서 울더군요"

지난 17일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친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18일 만난 주민 김모(42) 씨는 뜬눈으로 보낸 지난 밤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씨 부부는 아들(12)의 이런 모습에 여전히 가슴이 떨리고 안타까워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 부부 아들은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금모(12)양과 같은 학교 친구다.

김 씨는 "매일 학교에 오가고 동네에서 만나던 친구가 끔찍하게 희생됐다는 것 자체가 우리 아이에겐 정말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불이 난 후 303동 9층에서 계단을 통해 남편, 아이들과 함께 피신했던 정모(48) 씨도 당시 처참한 광경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그는 "큰 아이가 동생을 안고 내려오면서 계단에 쓰러진 주민과 바닥에 흥건한 피를 밟았는데 울면서 내려오는 상황에 노출됐다"며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 같다"고 울먹였다.
"잠 못자고 벌벌 떤다" 트라우마 시달리는 흉기난동 아파트 주민
방화 흉기 난동을 부린 범인 안모(42) 씨 바로 옆집인 407호 주민 송모(82) 씨는 충격이 더 컸다.

송 씨는 "아들이 옆집에 불이 났다며 깨워 남편과 함께 승강기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며 "계단으로 갔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

불이 난 맞은편 동에 사는 오모(62) 씨는 "사건 이후 딸이 저녁이 되면 섬뜩하고 무섭다며 바깥에 나가지도 않으려고 한다"며 "그날 너무 끔찍한 상황을 목격해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파트 주민 대부분이 지난 17일 새벽에 일어난 끔찍한 흉기 난동 사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흉기 난동으로 희생된 여성·어린이·학생·노인들의 충격은 더 크다.

주민들은 안 씨가 불을 지른 4층 집과 불이 번진 위층 등 곳곳에 여전히 시커멓게 탄 흔적을 멍하니 바라봤다.
"잠 못자고 벌벌 떤다" 트라우마 시달리는 흉기난동 아파트 주민
피범벅이던 303동 비상계단은 대부분 물청소를 해 흔적을 지웠지만, 벽 등에는 여전히 일부 핏자국이 남아 있다.

아파트 외부 출입구 쪽에는 당시 희생된 주민이 흘린 혈흔과 벗겨진 신발도 그대로 놓여 있다.

아파트 청소원은 "피범벅이 된 계단을 청소하면서 희생된 주민들이 자꾸 떠올라 내내 왈칵 눈물이 났다"며 "너무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에는 행정안전부와 대한적십자의 심리회복지원센터, 경남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진주보건소 등에서 주민 심리치료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한 심리치료 활동가는 "희생자 유가족과 다른 이웃 주민들이 충격과 함께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며 "마음을 다독이며 다시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심하면 치료까지 연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