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동유럽 달려가는 日 아베…中 '일대일로' 길목 차단 작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주 슬로바키아 등 유럽 4개국을 방문한다. 오는 26~27일 미국 방문과 다음달 1일 새 일왕 즉위 등 국내외 정치 일정이 산적한 가운데 서둘러 마련한 유럽 순방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정상회담을 한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4개국 정상들과 6개월 만에 또다시 회동하는 점이 눈에 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유럽 내 핵심 교두보인 동유럽에서 중국의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日, 동유럽 4개국과 정상회담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2일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슬로바키아를 방문한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슬로바키아에서 열리는 연쇄 정상회담이다. 아베 총리는 6년이 넘는 집권 기간에 76개국 넘게 다녔지만 슬로바키아를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에서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비셰그라드 그룹(1991년 결성된 동유럽 지역협력체) 소속 4개국 정상과 회담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반년이라는 짧은 기간 만에 동유럽 국가 지도자들과 다시 만나 회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그동안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불가리아 그리스 몰타 등 발칸지역 국가를 1단계 타깃으로 삼아왔다. 이 국가들은 지리적으로 아시아와 가깝고 재정위기 등을 겪으면서 유럽연합(EU)과 연대가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것이 특징이다. ‘약한 고리’인 발칸지역 공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V4’로 불리는 비셰그라드 그룹 4개국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가 발전한 ‘V4’ 국가에서 화웨이 등을 앞세워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 작업에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동유럽에서 中 일대일로 막기 총력

일본은 동유럽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전에 동유럽 주요 국가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이들 지역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헝가리를 제외하곤 아직 중국과 본격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맺지 않은 점에 주목해 “반격할 시간이 남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주요 자국 기업을 독려해 동유럽에서의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슬로바키아는 올가을에 대규모 기업시찰단을 슬로바키아에 파견하기로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폴란드에 300개, 체코에 250개 이상 있는 일본계 기업들의 현지 거점도 늘릴 것으로 점쳐진다.

일본이 동유럽에서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 대부분이 과도한 채무 부담에 시달리게 되는 이른바 ‘중국 채무의 덫’ 위험을 부각시킬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프랑스와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에선 EU 차원의 중국 영향력 대응 전략을 논의할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대(對)중국 견제 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도 강화할 전망이다. 가와시마 신 도쿄대 교수는 “자금 공세로는 중국에 맞설 수 없는 만큼 동유럽 국가별 다양한 요구에 대응한 맞춤 전략과 전문적인 재정 조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