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문답 형식으로 '수위 조절'…"북미정상 개인적 관계 좋은 것은 다행"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차기 북미협상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아닌 다른 인물이 나오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1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나는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권 국장은 "하노이 수뇌회담의 교훈에 비추어보아도 일이 될 만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나군 하는데 앞으로도 내가 우려하는 것은 폼페이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가 여전히 좋은 것이며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北외무성 "폼페이오 끼면 일 꼬여…다른인물 나오길 바라"
권 국장은 또 "이 기회에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 시정연설에서 천명하신 대미입장에 담긴 뜻을 다시 한번 폼페이오에게 명백히 밝히고자 한다"면서 "미국은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떠민 근원, 비핵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 손으로 올해 말까지 치워야 한다는 것이며,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조선반도 정세가 어떻게 번져지겠는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대하여 미국이 올해 말 전에 계산법을 바꾸고 화답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으로 만 사람이 명백히 이해하고 있는 때에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만이 혼자 연말까지 미조(미북) 사이의 실무협상을 끝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여 사람들의 조소를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A&M 대학 강연 후 이어진 기자들과 문답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미국의 용단'을 주문한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해 입장을 밝혔으며, 이번 권 국장의 발언은 당시 언급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환기한 뒤, "우리가 그 지점에 다다를 수 있도록 나아갈 길을 설계하기 위해 우리 팀이 북한 사람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그(김 위원장)는 연말까지 이뤄내길 원한다고 했지만 난 좀 더 빨리 이뤄지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 천명하신 바와 같이 미국은 지금의 궁리로는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밝혀, 미국이 빅딜 입장을 고수하면 북미간 핵협상이 진전할 수 없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또 "폼페이오는 지난주 국회청문회들에서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망발"을 했다고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9일(현지시간) 상원에 출석한 자리에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썼던 '독재자(tyrant)'라는 표현을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쓰겠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변한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北외무성 "폼페이오 끼면 일 꼬여…다른인물 나오길 바라"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전후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역할을 한 게 폼페이오 장관으로, 특히 제재와 관련해 직접적인 훈수를 둔 것으로 안다"며 "결국 향후 북미협상이 진전을 보려면 '미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그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 박은 바 있다.

한편 북한은 폼페이오 발언에 대한 비난을 외무성의 담화나 성명의 형태가 아닌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언론과 문답을 하는 형식으로 다룸으로써 형식상에서 수위조절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北외무성 "폼페이오 끼면 일 꼬여…다른인물 나오길 바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