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사법방해죄 결론 못냈다면서도 10개 사례 검토내역 보고서에 대거 포함
코미 前FBI국장 해임·세션스 前법무 사임 요구 등 상세히 담겨…논란 예고
특검 해임시도·측근 회유압박…집요했던 트럼프의 수사 저지
18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로버트 뮬러 특검 보고서 편집본에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 저지를 위해 특검 해임을 추진하고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잘라버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을 러시아와의 공모 및 사법방해 혐의로 기소해 법정에 세울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편집본에 들어있지 않았으나 448쪽 분량의 보고서에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수사방해 시도가 대거 포함된 셈이라 정치적 여진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이날 의회에 제출한 특검보고서 편집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과 관련해 특검이 검토한 10개 사례가 나열됐다.

대표적 사례는 자신에게 칼끝을 겨눈 뮬러 특검의 해임을 추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5월 뮬러 특검이 임명된 후 같은 해 6월 14일 자신의 사법방해 의혹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사흘 뒤 집에 있는 도널드 맥갠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전화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갠 고문에게 '법무장관 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뮬러 특검이 이해 충돌로 물러나야 한다고 밝히게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맥갠 고문은 지시를 이행하는 대신 사임을 택했다.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수사를 맡은 특검을 해임했다가 결국 하야하게 된 '토요일 밤의 학살'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몇달이 지나 2018년 1월 뉴욕타임스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뮬러 특검 해임 지시 의혹을 보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맥갠 고문에게 '허위 보도'라고 반박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맥갠 고문은 끝내 거부했고 백악관이 나서 '가짜뉴스'라고 수습했다.
특검 해임시도·측근 회유압박…집요했던 트럼프의 수사 저지
제임스 코미 당시 FBI 국장의 전격 해임을 통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막아보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끈질긴 노력도 이날 공개된 편집본에 상세하게 담겼다.

2017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인 마이클 플린이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하고도 허위보고한 사실이 드러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당시 FBI 국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충성맹세'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을 경질한 뒤 코미를 또다시 집무실로 불러 '플린을 잘랐으니 이제 좀 놔두라'는 식으로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의 만류에도 코미에게 계속 직접 연락해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싸고 있는 구름을 걷어내라'는 식으로 자신의 무혐의를 공표하라고 압박했으나 2017년 5월 코미가 의회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냐'라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자 해임을 결심했다.

백악관 참모진은 코미의 해임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아니라 법무부의 독립적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의 의견서를 받기도 전에 '전격 해임'을 결정했다.
특검 해임시도·측근 회유압박…집요했던 트럼프의 수사 저지
편집본에는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을 압박해 수사를 막으려던 정황도 구체적으로 포함됐다.

세션스 전 장관이 2017년 2월 트럼프 대선캠프에 몸담았던 점을 들어 러시아 스캔들 수사 지휘 기피를 고민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맥갠 고문에게 세션스의 기피를 저지하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션스가 '셀프 제척'을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분노했다.

같은 해 5월 뮬러 특검이 임명되자 세션스는 사임서를 제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받아주지 않았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세션스에게 제척 철회와 2016년 대선 맞수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세션스는 끝내 거부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가 끝나자 세션스를 내치고 충성파인 윌리엄 바를 법무장관에 기용했다.
특검 해임시도·측근 회유압박…집요했던 트럼프의 수사 저지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를 받게 된 측근들을 집요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그의 옛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루를 최소화한다는 내부적 기본방침이 있었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그는 이에 따라 2015년 9월부터 2016년 6월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차례 모스크바 트럼프 타워 건설 추진 상황을 보고했으나 의회에서는 세 차례만 보고했다고 허위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언이 압수수색을 당하자 '힘을 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간접적으로 압박했고 코언이 결국 등을 돌리자 '쥐새끼'라고 공개 저격했다.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쪽에는 자신의 연루 의혹 관련 정보를 알고 있다면 언질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2016년 대선 과정에서 위키리크스가 러시아측 해킹으로 확보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측 이메일을 대거 공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해킹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으나 위키리크스 쪽에 추가 공개 계획이 있는지 알아봤다는 내용도 편집본에 담겼다.

2016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그 해 6월까지 모스크바 트럼프타워 건설이 추진됐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부인해왔다는 내용 역시 포함됐다.

2016년 6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국적 변호사 등이 참석한 회의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이메일을 공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결국 이메일이 공개된 이후 아들 명의로 내는 해명 성명을 직접 수정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