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들고 오는 따이궁…면세업계 지난달 매출 2조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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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면세점은 올 들어 실적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따이궁(보따리상) 규제에도 불구하고 석 달 연속 매출 월간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19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총 2조1656억원으로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었다. 지난 1월엔 1조7116억원으로 월간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2월 1조7415억원에 이어 3월에 또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서울과 제주도 면세점 중심으로 실적이 좋았지만 시내 면세점에서 두 자릿 수의 높은 매출 증가세를 유지했다.
면세점의 호실적은 내국인보다 외국인 방문객이 이끈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외국인 방문객 수는 169만6201명으로 지난해 3월 157만8462명보다 7.46% 늘었다. 전월 131만9228명 대비로는 28.58% 증가했다. 특히 중국의 사드(THAAD) 배치 보복으로 '한한령' 영향이 본격화한 2017년 3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이같은 수치는 매출로도 증명됐다. 내국인의 올해(1~3월) 매출은 전년동월대비 0.3% 줄었지만 외국인 매출은 같은 기간 28.4% 증가했다.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품목은 화장품이었다. 면세점 내 화장품 매출은 올해 들어 월평균 1조2000억원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보따리상이 꾸준히 증가해 면세점 매출 중 70%가 이들로부터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면세점 매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중국인의 면세점 매출은 전체 매출의 73.4%에 달한 13조9201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면세점 매출 호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가 지난 1월부터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하면서 보따리상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보따리상으로부터 납품받는 '웨이상(微商·SNS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개인·기업)'들은 법 시행 이후 영업허가 절차를 거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웨이상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보따리상들의 구매대행도 자연스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당초 우려와는 달리 여파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중국 전자상거래법으로 관련 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 내 수요가 안정적이어서 오히려 시장 규모가 커졌다"며 "보따리상이 법인 형태로 거래량을 확대해 이익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어 국내 면세점 업계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품질 수준이 중국 현지 제품보다 훨씬 높은데 반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고 강북 면세점 시장에서 롯데, 신라, 신세계가 암묵적인 카르텔을 형성해 업계 간 경쟁이 약화된 것도 실적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면세점 매출 호조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의견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내 전자상거래법 개정 이후 소득세 부담으로 따이궁의 아비트라지(arbitrage·차익거래) 폭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수익구조가 취약한 소형 따이궁 수요는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화장품·향수 면세 시장의 40% 이상을 한국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대부분 수요가 중국 보따리상에게 집중돼 있고 전자상거래법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한다는 것이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체 관광객이 올해 회복세를 보인다면 올해 650만명, 내년 800만명 이상 입국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꾸준한 면세점 업계의 호실적을 위해선 면세점뿐 아니라 화장품, 여행, 숙박업 등의 업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관광객 수요 회복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사드와 같은 대형 악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따이궁의 구매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일을 없을 것"이라며 "다만 따이궁과 화장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면세점 업계가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19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총 2조1656억원으로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었다. 지난 1월엔 1조7116억원으로 월간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2월 1조7415억원에 이어 3월에 또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서울과 제주도 면세점 중심으로 실적이 좋았지만 시내 면세점에서 두 자릿 수의 높은 매출 증가세를 유지했다.
면세점의 호실적은 내국인보다 외국인 방문객이 이끈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외국인 방문객 수는 169만6201명으로 지난해 3월 157만8462명보다 7.46% 늘었다. 전월 131만9228명 대비로는 28.58% 증가했다. 특히 중국의 사드(THAAD) 배치 보복으로 '한한령' 영향이 본격화한 2017년 3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이같은 수치는 매출로도 증명됐다. 내국인의 올해(1~3월) 매출은 전년동월대비 0.3% 줄었지만 외국인 매출은 같은 기간 28.4% 증가했다.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품목은 화장품이었다. 면세점 내 화장품 매출은 올해 들어 월평균 1조2000억원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보따리상이 꾸준히 증가해 면세점 매출 중 70%가 이들로부터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면세점 매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중국인의 면세점 매출은 전체 매출의 73.4%에 달한 13조9201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면세점 매출 호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가 지난 1월부터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하면서 보따리상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보따리상으로부터 납품받는 '웨이상(微商·SNS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개인·기업)'들은 법 시행 이후 영업허가 절차를 거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웨이상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보따리상들의 구매대행도 자연스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당초 우려와는 달리 여파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중국 전자상거래법으로 관련 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 내 수요가 안정적이어서 오히려 시장 규모가 커졌다"며 "보따리상이 법인 형태로 거래량을 확대해 이익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어 국내 면세점 업계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품질 수준이 중국 현지 제품보다 훨씬 높은데 반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고 강북 면세점 시장에서 롯데, 신라, 신세계가 암묵적인 카르텔을 형성해 업계 간 경쟁이 약화된 것도 실적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면세점 매출 호조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의견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내 전자상거래법 개정 이후 소득세 부담으로 따이궁의 아비트라지(arbitrage·차익거래) 폭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수익구조가 취약한 소형 따이궁 수요는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화장품·향수 면세 시장의 40% 이상을 한국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대부분 수요가 중국 보따리상에게 집중돼 있고 전자상거래법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한다는 것이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체 관광객이 올해 회복세를 보인다면 올해 650만명, 내년 800만명 이상 입국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꾸준한 면세점 업계의 호실적을 위해선 면세점뿐 아니라 화장품, 여행, 숙박업 등의 업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관광객 수요 회복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사드와 같은 대형 악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따이궁의 구매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일을 없을 것"이라며 "다만 따이궁과 화장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면세점 업계가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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