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건강을 위해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든 녹황색 채소 등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퇴행성 질환인 황반변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들 성분이 눈 건강뿐 아니라 대장암 예방에도 도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정선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와 김지미 박사과정 대학원생 연구팀은 음식을 통해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충분히 섭취한 사람은 대장암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DNA 합성이 잘 되게 하는 다이서 유전자의 유전형에 따라 루테인과 지아잔틴의 대장암 예방 효과가 달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사이언티픽 리포트) 3월호에 실렸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황산화 기능이 있는 색소물질이다. 시금치 상추 브로콜리 등 어두운 계열의 녹황색 채소와 달걀 노른자에 많이 들어 있다. 이들 성분은 노화 때문에 주로 생기는 황반변성과 백내장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물질의 하루 최대 섭취량은 20㎎이다.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폐암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국립암센터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 700명과 암예방검진센터에서 검진을 받은 일반인 1400명을 비교했다. 이들의 동의를 거쳐 DNA 샘플과 평소 생활습관, 식이 섭취 정보를 받아 루테인, 지아잔틴의 섭취량과 대장암,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음식으로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하루 4.35㎎ 이상 섭취하는 사람은 1.95㎎ 이하로 먹는 사람보다 대장암 발생률이 75% 낮았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4.35㎎ 섭취하려면 하루 시금치 36g 정도를 먹으면 된다. 보통 크기의 나물 접시로 반 접시 정도 분량이다. 상추로만 섭취한다면 하루 250g, 브로콜리로만 섭취한다면 310g 정도 먹으면 된다. 매 끼니 녹황색 채소를 먹는 정도라면 충분하다.

다만 영양제 등을 통해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섭취하는 것은 이번 연구에서 제외했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는 데다 한국인 식단에는 녹황색 채소가 많이 들어 있어 음식만으로도 보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유전자형에 따라 루테인과 지아잔틴의 영향이 다른지도 분석했다. 이를 위해 선택한 유전자는 DNA 합성이 잘되도록 가위 역할을 하는 다이서 유전자다. A와 G유전자 두 가지가 한쌍으로 구성되는데 G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많이 든 음식을 자주 먹으면 A유전자를 가진 사람보다 대장암 위험이 68% 낮아졌다. G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루테인, 지아잔틴을 음식으로 섭취하면 대장암 예방 효과가 더 크다는 의미다.

대장암 중에서는 직장암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 G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음식으로 섭취하면 A유전자를 가진 사람보다 직장암 위험이 76% 낮아졌다.

김 교수는 “최근 개인 맞춤 영양이 질병을 치료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유전 형질에 따라 섭취한 영양소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그동안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고 개인 유전 형질에 따라 더 높은 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