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건강에 좋다는 녹황색 채소
대장암 발생률도 75% 낮춰
김정선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와 김지미 박사과정 대학원생 연구팀은 음식을 통해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충분히 섭취한 사람은 대장암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DNA 합성이 잘 되게 하는 다이서 유전자의 유전형에 따라 루테인과 지아잔틴의 대장암 예방 효과가 달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사이언티픽 리포트) 3월호에 실렸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황산화 기능이 있는 색소물질이다. 시금치 상추 브로콜리 등 어두운 계열의 녹황색 채소와 달걀 노른자에 많이 들어 있다. 이들 성분은 노화 때문에 주로 생기는 황반변성과 백내장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물질의 하루 최대 섭취량은 20㎎이다.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폐암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국립암센터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 700명과 암예방검진센터에서 검진을 받은 일반인 1400명을 비교했다. 이들의 동의를 거쳐 DNA 샘플과 평소 생활습관, 식이 섭취 정보를 받아 루테인, 지아잔틴의 섭취량과 대장암,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음식으로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하루 4.35㎎ 이상 섭취하는 사람은 1.95㎎ 이하로 먹는 사람보다 대장암 발생률이 75% 낮았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4.35㎎ 섭취하려면 하루 시금치 36g 정도를 먹으면 된다. 보통 크기의 나물 접시로 반 접시 정도 분량이다. 상추로만 섭취한다면 하루 250g, 브로콜리로만 섭취한다면 310g 정도 먹으면 된다. 매 끼니 녹황색 채소를 먹는 정도라면 충분하다.
다만 영양제 등을 통해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섭취하는 것은 이번 연구에서 제외했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는 데다 한국인 식단에는 녹황색 채소가 많이 들어 있어 음식만으로도 보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유전자형에 따라 루테인과 지아잔틴의 영향이 다른지도 분석했다. 이를 위해 선택한 유전자는 DNA 합성이 잘되도록 가위 역할을 하는 다이서 유전자다. A와 G유전자 두 가지가 한쌍으로 구성되는데 G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많이 든 음식을 자주 먹으면 A유전자를 가진 사람보다 대장암 위험이 68% 낮아졌다. G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루테인, 지아잔틴을 음식으로 섭취하면 대장암 예방 효과가 더 크다는 의미다.
대장암 중에서는 직장암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 G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음식으로 섭취하면 A유전자를 가진 사람보다 직장암 위험이 76% 낮아졌다.
김 교수는 “최근 개인 맞춤 영양이 질병을 치료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유전 형질에 따라 섭취한 영양소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그동안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고 개인 유전 형질에 따라 더 높은 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