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9일 정례회의를 열고 발행어음 사업으로 끌어모은 자금을 부당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에 과태료를 물리는 금융감독원 제재안에 관해 논의했다. 금감원은 지난 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한투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에 대해 기관 경고, 임직원 주의 등 조치와 함께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기관 경고와 임직원 주의 등 조치는 금감원장 직결로 확정되지만, 과태료 부과는 증선위와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증선위가 한투증권에 대한 금감원의 과태료 부과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핵심 쟁점인 총수익스와프(TRS) 대출방식의 적절성을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그동안 이견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TRS는 주가가 내릴 때 매입자가 입는 손실을 매각자가 보전하는 대신 주가 상승 차익은 가져가는 파생상품이다.

한투증권은 2017년 8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중 일부를 특수목적법인(SPC)인 ‘KIS아이비 제16차’에 대출했다. 이후 SPC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SK실트론 지분 19.4%(1673억원 규모)를 사들였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SPC와 최 회장이 TRS 계약을 맺은 점을 문제 삼았다. “최 회장이 SK실트론 주가 변동에 따른 손실에 책임을 지기로 하고 지분을 매각한 점을 고려하면 한투증권이 사실상 법인이 아니라 개인에게 대출해준 것 아니냐”는 논리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발행어음 자금은 개인대출에 활용될 수 없다.

금융위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법령심의위 위원 대다수는 지난달 “상당수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이미 TRS 대출과 비슷한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한투증권 사례만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본시장에서 TRS를 활용한 거래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금감원이 갑자기 이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과거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대기업 총수 일가의 TRS 거래를 활용한 계열사 지원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