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은 쏙 뺀 '주먹구구 에너지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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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에너지기본계획안 공개
2040년 '전력 소비 감소' 전제로
신재생 비중 7 → 30~35%로 높여
전문가들 "전기료 인상 뻔한데
국무회의 의결로 추진은 위법"
2040년 '전력 소비 감소' 전제로
신재생 비중 7 → 30~35%로 높여
전문가들 "전기료 인상 뻔한데
국무회의 의결로 추진은 위법"
정부가 7.6%(2017년 기준) 수준인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탈(脫)원전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대체에너지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을 공개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이번 예측 기간은 2019~2040년이다.
정부는 종전의 공급 중심에서 소비혁신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 산업, 수송, 가정 등 부문별 수요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향후 인구 증가(연평균 0.1%)와 경제 성장(2.0%)에 따라 최종에너지 수요가 2017년의 1억7100만TOE(석유환산톤)에서 2040년 2억1100만TOE로 늘겠지만 수요 억제를 통해 1억7180만TOE로 오히려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4차 산업혁명과 전기자동차 시대에도 20여 년 뒤의 전력 수요는 지금보다 오히려 2.4% 감소할 것이란 게 정부 예측이다. 이용환 산업부 에너지혁신정책관은 “전기를 많이 쓰는 형광등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등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선 5년 전 2차(2014~2035년) 때와 달리 재생에너지 외에는 원전을 포함한 발전원별 비중 목표를 담지 않은 게 특징이다. 2차 때만 해도 2035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11%, 원전 비중을 29%로 확대하겠다고 명기했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에 꿰맞춘 주먹구구식 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발전 단가가 원전 대비 3배가량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릴 경우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기수 변호사는 “탈원전과 같은 중대한 국가정책을 입법이나 국민투표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건 법 위반”이라며 “정부가 전력 수요 억제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재생 30% 맞추려면…'서울 절반'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할 판"
정부가 19일 공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이 전기차 급증 등에도 전력 소비가 오히려 계속 줄어들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작성됐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탈(脫)원전을 선언한 뒤 이를 실천할 방안이 마땅치 않자 일단 에너지 소비를 낮춰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300만 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수요 증대 및 적정 전기요금 수준을 감안할 때 3차 에기본에서 밝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30~35%)는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1) 20년 내 재생 발전 비중 최소 30%?
한국은 국토가 좁고 일조량이 부족하다. 204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는 건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토가 넓고 일조량이 많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보다도 높은 수치여서다. OECD 국가들의 204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평균 30%지만 수력을 제외하면 28.6%에 그친다. 한국은 수력발전 비중이 미미하고 물이 부족해 수력발전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태양광발전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면 추후 재처리 비용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정부 목표대로 태양광발전을 2030년까지 33.5GW만 확대해도 태양광 패널을 여의도의 70배인 200㎢만큼 깔아야 한다”며 “불가능한 얘기”라고 단언했다. 2030년 20%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40년 30~35%로 더 확대할 경우 서울 전체 면적(605㎢)의 절반 이상을 태양광 패널이 빽빽하게 덮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3차 에기본 연구용역을 수행한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소 30%로 잡은 건 도전적인 목표인 게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2) 전기 수요 느는 데 소비 되레 낮춰 잡아
지금부터 20년 뒤의 전력 목표 수요를 오히려 낮춰 잡은 것도 경제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측은 “2040년까지의 연평균 인구 증가율을 0.1%, 경제 성장률을 2.0%로 계산한 결과 최종에너지 소비가 약 20%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수요관리를 통해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이민 등 유입인구 증가, 전기차·4차 산업혁명 등으로 전력 수요가 계속 늘 수밖에 없는데 정부 차원에서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탈원전에 맞춰 일단 목표치를 잡아 놓고 여기에 기업과 가정의 전력 수요를 꿰맞추려는 시도”라며 “전력 단가가 비싼 재생에너지 비중을 과도하게 높여 잡았기 때문에 조만간 전기요금 급등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한국 경제 성장의 주축인 산업 부문의 에너지 소비를 가장 많이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2040년 최종에너지 기준수요가 2억100만TOE(석유환산톤)에 달하겠지만 수요 억제를 통해 18.6%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이 중 산업 부문이 8.1%포인트로 가장 많이 줄고, 수송(5.3%포인트) 상업(2.6%포인트) 가정(1.9%포인트) 순으로 수요를 낮출 것이란 계산이다.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3) 他에너지·온실가스 목표 빠져
2차 에기본과 달리 원자력·가스·유류 등 다른 에너지원의 장기 발전 비중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 데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마저 빼면서 친정부 성향의 환경단체들까지 반발하고 있다. 2014년 수립한 2차 에기본(2014~2035년 계획)에선 원전 설비가 총 43GW 필요하고, 2035년 원전 비중을 29% 정도로 확대하기로 했으나 이번엔 재생에너지를 제외한 다른 발전원의 목표치를 모두 뺐다. 2차 땐 원전은 물론 재생에너지 비중도 2035년 11%로 늘리겠다고 공개했다.
‘석탄발전의 과감한 감축’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에너지 최상위 계획에조차 담지 않은 것은 모순이란 얘기도 나온다.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 이소영 부대표(변호사)는 “정부가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서 3400만t의 온실가스 추가 감축을 약속하고 에너지 최상위 계획인 에기본에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며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작년 3월 출범한 정부 워킹그룹에서도 8개월간 활동했다.
(4) 모호한 비중…하위 계획도 차질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35%로 제시하면서 하위 계획을 짜는 데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30% 또는 35% 등 정확한 목표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연말로 예정된 제9차 에너지수급계획(2년마다 수립하는 5년 단위 계획)을 짜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다. 3차 에기본 워킹그룹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월 말 정부 토론회에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30~35%로 제안한 만큼 이번 공청회에선 확정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한 에너지 관련 교수는 “법정 최고 에너지 계획에서 전력에 대한 밑그림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이라며 “어차피 5년 뒤 수정될 것으로 예상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을 공개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이번 예측 기간은 2019~2040년이다.
정부는 종전의 공급 중심에서 소비혁신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 산업, 수송, 가정 등 부문별 수요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향후 인구 증가(연평균 0.1%)와 경제 성장(2.0%)에 따라 최종에너지 수요가 2017년의 1억7100만TOE(석유환산톤)에서 2040년 2억1100만TOE로 늘겠지만 수요 억제를 통해 1억7180만TOE로 오히려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4차 산업혁명과 전기자동차 시대에도 20여 년 뒤의 전력 수요는 지금보다 오히려 2.4% 감소할 것이란 게 정부 예측이다. 이용환 산업부 에너지혁신정책관은 “전기를 많이 쓰는 형광등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등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선 5년 전 2차(2014~2035년) 때와 달리 재생에너지 외에는 원전을 포함한 발전원별 비중 목표를 담지 않은 게 특징이다. 2차 때만 해도 2035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11%, 원전 비중을 29%로 확대하겠다고 명기했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에 꿰맞춘 주먹구구식 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발전 단가가 원전 대비 3배가량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릴 경우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기수 변호사는 “탈원전과 같은 중대한 국가정책을 입법이나 국민투표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건 법 위반”이라며 “정부가 전력 수요 억제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재생 30% 맞추려면…'서울 절반'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할 판"
정부가 19일 공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이 전기차 급증 등에도 전력 소비가 오히려 계속 줄어들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작성됐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탈(脫)원전을 선언한 뒤 이를 실천할 방안이 마땅치 않자 일단 에너지 소비를 낮춰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300만 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수요 증대 및 적정 전기요금 수준을 감안할 때 3차 에기본에서 밝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30~35%)는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1) 20년 내 재생 발전 비중 최소 30%?
한국은 국토가 좁고 일조량이 부족하다. 204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는 건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토가 넓고 일조량이 많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보다도 높은 수치여서다. OECD 국가들의 204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평균 30%지만 수력을 제외하면 28.6%에 그친다. 한국은 수력발전 비중이 미미하고 물이 부족해 수력발전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태양광발전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면 추후 재처리 비용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정부 목표대로 태양광발전을 2030년까지 33.5GW만 확대해도 태양광 패널을 여의도의 70배인 200㎢만큼 깔아야 한다”며 “불가능한 얘기”라고 단언했다. 2030년 20%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40년 30~35%로 더 확대할 경우 서울 전체 면적(605㎢)의 절반 이상을 태양광 패널이 빽빽하게 덮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3차 에기본 연구용역을 수행한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소 30%로 잡은 건 도전적인 목표인 게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2) 전기 수요 느는 데 소비 되레 낮춰 잡아
지금부터 20년 뒤의 전력 목표 수요를 오히려 낮춰 잡은 것도 경제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측은 “2040년까지의 연평균 인구 증가율을 0.1%, 경제 성장률을 2.0%로 계산한 결과 최종에너지 소비가 약 20%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수요관리를 통해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이민 등 유입인구 증가, 전기차·4차 산업혁명 등으로 전력 수요가 계속 늘 수밖에 없는데 정부 차원에서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탈원전에 맞춰 일단 목표치를 잡아 놓고 여기에 기업과 가정의 전력 수요를 꿰맞추려는 시도”라며 “전력 단가가 비싼 재생에너지 비중을 과도하게 높여 잡았기 때문에 조만간 전기요금 급등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한국 경제 성장의 주축인 산업 부문의 에너지 소비를 가장 많이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2040년 최종에너지 기준수요가 2억100만TOE(석유환산톤)에 달하겠지만 수요 억제를 통해 18.6%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이 중 산업 부문이 8.1%포인트로 가장 많이 줄고, 수송(5.3%포인트) 상업(2.6%포인트) 가정(1.9%포인트) 순으로 수요를 낮출 것이란 계산이다.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3) 他에너지·온실가스 목표 빠져
2차 에기본과 달리 원자력·가스·유류 등 다른 에너지원의 장기 발전 비중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 데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마저 빼면서 친정부 성향의 환경단체들까지 반발하고 있다. 2014년 수립한 2차 에기본(2014~2035년 계획)에선 원전 설비가 총 43GW 필요하고, 2035년 원전 비중을 29% 정도로 확대하기로 했으나 이번엔 재생에너지를 제외한 다른 발전원의 목표치를 모두 뺐다. 2차 땐 원전은 물론 재생에너지 비중도 2035년 11%로 늘리겠다고 공개했다.
‘석탄발전의 과감한 감축’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에너지 최상위 계획에조차 담지 않은 것은 모순이란 얘기도 나온다.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 이소영 부대표(변호사)는 “정부가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서 3400만t의 온실가스 추가 감축을 약속하고 에너지 최상위 계획인 에기본에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며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작년 3월 출범한 정부 워킹그룹에서도 8개월간 활동했다.
(4) 모호한 비중…하위 계획도 차질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35%로 제시하면서 하위 계획을 짜는 데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30% 또는 35% 등 정확한 목표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연말로 예정된 제9차 에너지수급계획(2년마다 수립하는 5년 단위 계획)을 짜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다. 3차 에기본 워킹그룹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월 말 정부 토론회에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30~35%로 제안한 만큼 이번 공청회에선 확정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한 에너지 관련 교수는 “법정 최고 에너지 계획에서 전력에 대한 밑그림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이라며 “어차피 5년 뒤 수정될 것으로 예상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