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최고 5G, 세계 최초 노하우 다져야
지난 3일 오후 11시, 우리나라는 일반 가입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나 빠르고 데이터 전송 지연을 최소화함으로써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5G 시대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당초 정부는 5G 스마트폰 출시 등 업계 상황을 고려해 3월 말 상용화를 추진했으나, 5G 스마트폰 개발과 시험 일정 등이 지연되면서 상용화 시점을 4월 5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 버라이즌이 5G 상용화 시점을 당초 4월 11일에서 4일(현지시간)로 앞당긴다는 동향을 입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이미 5G 스마트폰 상용화 준비를 완료했고 통신사, 제조사 등 업계에서도 5G 상용화를 늦출 필요가 없다고 건의해 협의 끝에 4월 3일 오후 11시에 상용화하게 됐다고 한다. 세계 최초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부와 업계가 신속히 대응해 가장 먼저 5G 스마트폰을 개통한 것에 언론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5G 상용화 이후 일부 가입자 사이에서 정부가 ‘세계 최초’ 기록에만 치중한 나머지 일부 커버리지(도달 범위)나 품질이 떨어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5G 상용화를 추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특성상 리스크는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일부 구간에서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으나 이는 조만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기지국 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시도했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오해를 풀 필요가 있다. LTE 때와는 달리 5G는 초기부터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LTE와 5G가 밀접하게 연동되는 비독립(NSA·Non-Standalone) 표준을 제공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용화한 5G도 이 NSA 표준규격을 사용한다. 즉, 5G 표준에서 단계적으로 기지국을 늘릴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이에 기반해 5G 상용화를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상용화 이전에 실험실이나 제한된 공간에서 시험하면서 드러나지 않은 문제들도 많기 때문에 조기 상용화를 통해 문제를 도출하고, 이를 통해 5G 상용화 네트워크를 조기에 안정화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점도 있다.

한국은 이미 이동통신 강국이다. 선진국이 닦아놓은 길을 열심히 따라가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던 시절에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따른 문제들은 애초에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이제야 비로소 세계 최정상에 서서 어느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세계 최초’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오는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개선 과정에서 생긴 상용화 노하우들은 향후 해외에 진출할 때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초’는 ‘세계 최고’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며, 그것이 세계 최고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초 5G 가입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조속히 해소하고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5G+ 전략’을 제대로 추진해 대한민국이 5G 인프라를 가장 잘 활용하는 국가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