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하나에 원전설비 다 담은 '스마트'…레고처럼 현장에서 조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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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硏, 한국형 소형 원자로
연내 사우디 수출 추진
스마트 2기 수출…경제효과 2兆
소형 원자로 시장 노리는 美·中
연내 사우디 수출 추진
스마트 2기 수출…경제효과 2兆
소형 원자로 시장 노리는 美·中
한국원자력연구원의 ‘50년 기술’이 응축된 소형 원자로 ‘스마트’가 이르면 올해 안에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출될 전망이다. 2조원에 달하는 국가 과학기술 설비 해외이전 프로젝트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19일 “사우디아라비아 왕립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과 스마트 본계약 체결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계약이 체결되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APR-1400 이후 10년 만에 원전을 수출하게 된다.
50년 노하우 응축된 전략상품
스마트는 대형 원전의 10분의 1 용량(100㎿)에 해당하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다. 2012년 세계 최초로 소형 원자로에 대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표준설계인가는 어디서나 해당 기술 그대로 원자로를 만들어도 좋다는 품질보증서다. 원자력연은 사우디에 스마트 2기를 건설하면서 ‘수출과 동시에 상용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로 달려왔다.
‘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의 머리글자를 딴 스마트는 원자력연의 야심작이다. 1997년부터 15년에 걸쳐 개발했다. 모듈화 발전소여서 공장에서 만든 반제품을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할 수 있다. 대형 원전과 달리 증기발생기 가압기 핵연료봉 등 원자로 주요설비가 한 통에 옹기종기 모여 있어 ‘일체형 원자로’라고도 부른다.
원자로 가동 방식은 국내 차세대 원전 APR-1400(가압경수로식)과 같다. 우라늄235로 핵분열반응을 일으키고, 이때 질량결손에 따라 발생하는 에너지로 증기터빈을 돌린다. 효율적인 핵분열 연쇄반응을 위해 우라늄235를 고농축시키는 과정도 똑같다. 핵분열이 잘 되는 우라늄은 ‘우라늄235’인데 이는 자연상태에서 0.7%에 불과해 얻기 힘들다. 99% 이상은 핵분열이 어려운 우라늄238로 존재한다. 한 번 우라늄을 ‘장전’하면 30개월간 교체 없이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원자력연은 스마트를 50여 년간 쌓아온 원전 노하우를 살리면서 크기만 3분의 1로 줄인 수출전략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스마트 2기를 짓는 데 필요한 땅은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부지 면적의 약 70%인 15만㎡면 충분하다. 같은 발전량(200㎿)을 확보하는 데 풍력발전은 상암경기장 27곳, 태양광발전은 70곳만큼 부지가 필요하다.
사우디로부터 1억달러를 받아 2015년 말부터 지난해 11월까지 PPE(건설 전 상세설계)를 마쳤다. 중동 전역에 소형원자로 공급을 주도하려는 사우디와 상용화 실적이 필요한 원자력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도 참여했다. ‘스마트’한 소형 원자로
스마트는 매일 9만㎾(킬로와트)의 전기와 물 4만t을 공급할 수 있다. 인구 10만 명 도시에 적합한 규모다. 해수담수화, 지역난방 등에도 쓰인다. 인구 밀도가 낮고 국토면적이 큰 사우디와 일찍이 협력한 이유다.
전원 없이 작동하는 화학적 수소결합기가 있어 수소폭발 가능성이 없다. 핵분열 과정에서 수소가 쏟아져 나오는데, 이를 잡는 것이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노심용융 등 중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자로 주변 모든 공간이 자동적으로 물로 채워지며 외벽부터 냉각되는 ‘2중 안전장치’를 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대체발전소로도 손색이 없다. 국내 발전체계는 대형 원전과 화력발전이 기저부하를 담당하고 소형 가스발전이 첨두부하(한꺼번에 많은 전력 생산)를 맡는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스마트를 국내에 건설하면 가스발전은 물론 LNG·중유발전 등 고비용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다”며 “해외 수출 촉진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를 선박, 해상공장 등의 전력공급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한 곳당 건설비용은 7000억원 선이다. 대형 원전 한 곳 건설비인 3조~4조원보다 저렴하다. 스마트 발전단가는 ㎾h(킬로와트시)당 10센트로 대형 원전(4센트)보다는 높지만, 화력발전 단가(14~21센트)보다는 월등히 낮다.
시장 주도…낙관은 일러
스마트 수출을 아직 100% 낙관하긴 이르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미국 누스케일(Nuscale), 중국핵공업그룹(CNNC) 등 경쟁국의 견제가 만만찮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스마트와 비슷한 소형 원자로 ‘ACP100’을 만들고 여러 국가에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누스케일이 개발한 소형 원자로도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표준설계 인가 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소형 원자로를 수출전략산업으로 지원하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동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각 대륙에서 스마트에 대한 잠재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이 원자력연의 설명이다.
한국 상황은 반대다. 문재인 정부의 ‘원전 해체’ 기조에 휩쓸려 고지를 선점하고도 시장을 다른 나라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원자력연 안에서 팽배하다. 지난해 원자력연에 대한 정부 직접출연금은 1394억원으로 전년(1458억원)보다 5%가량 줄었다. 김긍구 원자력연 스마트개발사업단장은 “미국 등이 언제라도 획기적인 조건을 제시하면 (스마트 2기 공급) 본계약 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원자력연이 그동안 창출한 경제효과가 164조원, 투자 대비 경제효과가 15.9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연료비 절감효과와 원전기술 자립으로 인한 수입대체효과만 따진 금액이다. 부가적 파급효과를 계산하면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50년 노하우 응축된 전략상품
스마트는 대형 원전의 10분의 1 용량(100㎿)에 해당하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다. 2012년 세계 최초로 소형 원자로에 대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표준설계인가는 어디서나 해당 기술 그대로 원자로를 만들어도 좋다는 품질보증서다. 원자력연은 사우디에 스마트 2기를 건설하면서 ‘수출과 동시에 상용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로 달려왔다.
‘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의 머리글자를 딴 스마트는 원자력연의 야심작이다. 1997년부터 15년에 걸쳐 개발했다. 모듈화 발전소여서 공장에서 만든 반제품을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할 수 있다. 대형 원전과 달리 증기발생기 가압기 핵연료봉 등 원자로 주요설비가 한 통에 옹기종기 모여 있어 ‘일체형 원자로’라고도 부른다.
원자로 가동 방식은 국내 차세대 원전 APR-1400(가압경수로식)과 같다. 우라늄235로 핵분열반응을 일으키고, 이때 질량결손에 따라 발생하는 에너지로 증기터빈을 돌린다. 효율적인 핵분열 연쇄반응을 위해 우라늄235를 고농축시키는 과정도 똑같다. 핵분열이 잘 되는 우라늄은 ‘우라늄235’인데 이는 자연상태에서 0.7%에 불과해 얻기 힘들다. 99% 이상은 핵분열이 어려운 우라늄238로 존재한다. 한 번 우라늄을 ‘장전’하면 30개월간 교체 없이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원자력연은 스마트를 50여 년간 쌓아온 원전 노하우를 살리면서 크기만 3분의 1로 줄인 수출전략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스마트 2기를 짓는 데 필요한 땅은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부지 면적의 약 70%인 15만㎡면 충분하다. 같은 발전량(200㎿)을 확보하는 데 풍력발전은 상암경기장 27곳, 태양광발전은 70곳만큼 부지가 필요하다.
사우디로부터 1억달러를 받아 2015년 말부터 지난해 11월까지 PPE(건설 전 상세설계)를 마쳤다. 중동 전역에 소형원자로 공급을 주도하려는 사우디와 상용화 실적이 필요한 원자력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도 참여했다. ‘스마트’한 소형 원자로
스마트는 매일 9만㎾(킬로와트)의 전기와 물 4만t을 공급할 수 있다. 인구 10만 명 도시에 적합한 규모다. 해수담수화, 지역난방 등에도 쓰인다. 인구 밀도가 낮고 국토면적이 큰 사우디와 일찍이 협력한 이유다.
전원 없이 작동하는 화학적 수소결합기가 있어 수소폭발 가능성이 없다. 핵분열 과정에서 수소가 쏟아져 나오는데, 이를 잡는 것이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노심용융 등 중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자로 주변 모든 공간이 자동적으로 물로 채워지며 외벽부터 냉각되는 ‘2중 안전장치’를 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대체발전소로도 손색이 없다. 국내 발전체계는 대형 원전과 화력발전이 기저부하를 담당하고 소형 가스발전이 첨두부하(한꺼번에 많은 전력 생산)를 맡는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스마트를 국내에 건설하면 가스발전은 물론 LNG·중유발전 등 고비용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다”며 “해외 수출 촉진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를 선박, 해상공장 등의 전력공급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한 곳당 건설비용은 7000억원 선이다. 대형 원전 한 곳 건설비인 3조~4조원보다 저렴하다. 스마트 발전단가는 ㎾h(킬로와트시)당 10센트로 대형 원전(4센트)보다는 높지만, 화력발전 단가(14~21센트)보다는 월등히 낮다.
시장 주도…낙관은 일러
스마트 수출을 아직 100% 낙관하긴 이르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미국 누스케일(Nuscale), 중국핵공업그룹(CNNC) 등 경쟁국의 견제가 만만찮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스마트와 비슷한 소형 원자로 ‘ACP100’을 만들고 여러 국가에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누스케일이 개발한 소형 원자로도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표준설계 인가 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소형 원자로를 수출전략산업으로 지원하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동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각 대륙에서 스마트에 대한 잠재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이 원자력연의 설명이다.
한국 상황은 반대다. 문재인 정부의 ‘원전 해체’ 기조에 휩쓸려 고지를 선점하고도 시장을 다른 나라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원자력연 안에서 팽배하다. 지난해 원자력연에 대한 정부 직접출연금은 1394억원으로 전년(1458억원)보다 5%가량 줄었다. 김긍구 원자력연 스마트개발사업단장은 “미국 등이 언제라도 획기적인 조건을 제시하면 (스마트 2기 공급) 본계약 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원자력연이 그동안 창출한 경제효과가 164조원, 투자 대비 경제효과가 15.9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연료비 절감효과와 원전기술 자립으로 인한 수입대체효과만 따진 금액이다. 부가적 파급효과를 계산하면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