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 전 대통령 "내 시신은 적들에 대한 경멸의 표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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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혐의 수사 압박을 받던 중 지난 17일(현지시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알란 가르시아 전 페루 대통령이 창피당하지 않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BBC방송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르시아 전 대통령의 유서는 19일 지지자들이 페루 수도 리마의 장례식장에 모여 있는 가운데 딸인 루시아나 가르시아 노레스를 통해 공개됐다.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나는 창피당하지 않겠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수갑을 찬 채 열 지어 끌려가고,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것을 봐 왔다"며 "나는 그러한 부당함과 서커스처럼 떠들썩한 사건을 겪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목숨 끊은 페루 前 대통령 유서 공개…"창피당하지 않겠다"
현재 중남미에서는 브라질 대형건설사 오데브레시가 지난 2001년부터 사업 수주 대가로 중남미 9개국의 정관계 인사들에게 4억6천만 달러(5천200억 원)의 뇌물을 건넸다는 대형 이슈가 터졌고, 이 중 3천만 달러(340억 원)가 페루 정관계에 제공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로 인해 페루에서는 4명의 전직 대통령이 수사 선상에 올랐는데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경찰관들이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자택에 도착하자 2층 방으로 올라가 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나는 자부심의 표시로 내 결정의 존엄함을 나의 아이들과 동료에게 남긴다"며 "나는 이미 내게 주어진 소명을 완수했기 때문에 나의 적들에 대한 경멸의 표시로서 내 시신을 남긴다"고 적었다.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수뢰 의혹이 불거진 뒤 아무런 단서나 증거도 없다면서 자신이 정치적 박해의 희생자가 됐다고 결백을 주장해 왔다.

이날 리마에서 열린 그의 장례 절차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으며, 이들은 가르시아 전 대통령의 화장에 앞서 리마의 여러 거리를 거쳐 관을 옮겼다.

리마 교외에서는 가르시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려는 지지자들을 태운 버스에 사고가 나 8명이 숨지고 40명 이상이 다쳤다고 현지 경찰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