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마저 쉬어 가는 곳…아날로그 도시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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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이두용 작가의 여행 두드림 - 포르투갈 리스본
트램 타고 시간여행, 대항해 시대 속 영광의 유산을 만나다
이두용 작가의 여행 두드림 - 포르투갈 리스본
트램 타고 시간여행, 대항해 시대 속 영광의 유산을 만나다
인생은 늘 우연이다. 아무리 꼼꼼하게 계획한다고 해도 변수가 발생하기 일쑤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순 있지만, 그 누구도 인생은 처음이다. 경험한 적 없는 인생에서 완벽이란 건 없다. 인생을 여행에 빗대는 이유다. 출생과 함께 시작하는 인생 여정은 언제 어디로 향할지도, 언제 어떻게 끝날지도 명확하지 않다. 늘 계획하고 탐구하지만 어떤 우연도 피할 수 없다.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향하는 길,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떠올렸다.
서유럽의 진짜 아날로그를 느낄 수 있는 곳
유럽에도 나라가 많지만, 여행엔 대략적인 순서가 있다. 보통은 가장 많이 알려진 이탈리아나 프랑스, 스페인, 영국, 스위스 등의 수도를 방문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이 모두가 서유럽국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스위스나 체코, 독일 쪽으로 방향을 정했지만 우연한 계기로 이곳에 오게 됐다. 먼 친척 어른이 이곳에 살고 계시니 들러보라는 부모님의 권유 때문이다. 계획에 없던 여정이었지만 기대보다 크고 좋은 추억을 줬다. 유럽으로 처음 날아오면서 상상했던 유럽의 풍경. 로마나 파리, 스페인에서 느끼지 못한 풍경이 리스본에는 있었다. 바로 아날로그.
리스본의 핫 스폿, 바이샤지구
리스본에는 여러 지구가 있는데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단연 바이샤지구와 벨렝지구다. 이 중에서도 바이샤지구는 리스본 최대 번화가로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장소이기도 하다. 당시 대부분 건물이 무너져 폐허가 됐지만, 도시재건정책과 더불어 재건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리스본을 찾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이곳을 가장 먼저 찾는다. 바이샤지구의 출발은 로시우 광장이 일반적이다. 바이샤지구 가운데 있는 로시우 광장은 사방으로 명소에 둘러싸여 있다. 광장 중앙에 높이 솟아 있는 원기둥엔 독립 브라질의 첫 번째 왕인 동 페드로 4세가 서 있다. 기둥이 잘 보여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때 찾기에도 그만이다. 이곳은 13세기부터 리스본의 수많은 공식행사 장소로도 쓰였다. 바닥의 대리석 모자이크가 인상적이다.
도시를 이어주는 트램의 맛
코메르시우 광장(Praca do Comercio)으로 향하는 곳에 관문이 하나 있다. 바로 아우구스타 개선문(Arco da Rua Augusta)이다. 리스본 대지진 이후의 재건을 기념하며 만든 이 문은 리스본 시내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조선시대 4대문과 비슷하다. 이곳에도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곳에 오르면 거리 안쪽과 반대편 광장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트램을 타고 벨렝지구로 이동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을 검색해보면 트램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사실 유럽 어느 나라를 가도 트램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대부분 교통수단이 오래전부터 이용해온 트램이다. 덕분에 어딘가로 이동해야 할 때면 역사를 품고 운행 중인 낡은 트램과 디지털이 적용된 현대식 트램을 골고루 타볼 수 있었다. 여행자에겐 멋진 경험이다.
포르투갈 대항해 시대와 만나다
벨렝지구는 포르투갈이 가장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이 남아 있는 곳이다. 리스본의 과거와 현재가 관통하는 다른 지구와는 전혀 다르다. 바이샤지구에서 서쪽 편으로 8.5㎞ 정도 떨어져 있는 이곳에선 오래전 포르투갈의 전성기를 엿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한 면의 길이가 300m에 달하는 제로니무스 수도원(See Jernimos Monastery)이다. 리스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한 이곳은 15세기 왕 마누엘 1세의 이름을 따 마누엘린 양식이라 한 고딕과 이탈리아, 스페인, 플랑드르 디자인을 병합한 건축 양식의 걸작이다.
수도원을 나서면 건너편에 타구스강을 바라보며 높게 세워진 조형물이 보인다. 발견기념비(Padro dos Descobrimentos)다. 대항해시대를 열었던 포르투갈의 용감한 선원들과 그들의 후원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항해 왕이라 불린 엔리케의 사후 500주년을 기념해 1960년에 세워졌다. 엔리케의 노력은 그의 사후에도 이어져 포르투갈은 아프리카 서부 항로의 개척을 계속 추진해 1488년에는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벨렝탑(Torre de Belem)이 있다. 이곳 또한 리스본에서 손꼽히는 명소다. 1515년 마누엘 1세가 바스쿠 다가마의 세계일주 위업을 기념하며 이 탑을 만들었다. 석양이 물들 때 벨렝탑은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비라도 내린 후라면 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줄 만큼 묘한 장면이 연출된다. 벨렝탑과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기도 했다.
리스본=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sognomedia@gmail.com
여행정보
유럽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에도 한국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의 직항은 없다. 1회 경유하는 항공편은 많은데 가장 빠른 것은 폴란드 항공으로 15시간10분이 소요된다. 화, 목~일요일에 하루 한 편씩 있다. 루프트한자독일항공과 에어프랑스, 알이탈리아, 아시아나항공 등을 이용하면 매일 하루 2편에서 5편의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 시간도 최대 15시간55분으로 큰 차이가 없다.
리스본 중심가는 재건된 바이샤지구와 바이로알투지구, 옛 정취가 남아 있는 알파마 구시가와 벨렝지구로 나뉜다. 리스본을 여행할 땐 지구별로 다니는 것이 좋은데 지구와 지구를 이동할 땐 트램을 이용하고 지구 내에서는 먼 거리가 아니라면 도보로 다니는 것이 좋다. 지구별로 명소가 가까이에 붙어 있어서 지도나 관련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다니면 동선을 짜기에 좋다.
서유럽의 진짜 아날로그를 느낄 수 있는 곳
유럽에도 나라가 많지만, 여행엔 대략적인 순서가 있다. 보통은 가장 많이 알려진 이탈리아나 프랑스, 스페인, 영국, 스위스 등의 수도를 방문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이 모두가 서유럽국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스위스나 체코, 독일 쪽으로 방향을 정했지만 우연한 계기로 이곳에 오게 됐다. 먼 친척 어른이 이곳에 살고 계시니 들러보라는 부모님의 권유 때문이다. 계획에 없던 여정이었지만 기대보다 크고 좋은 추억을 줬다. 유럽으로 처음 날아오면서 상상했던 유럽의 풍경. 로마나 파리, 스페인에서 느끼지 못한 풍경이 리스본에는 있었다. 바로 아날로그.
리스본의 핫 스폿, 바이샤지구
리스본에는 여러 지구가 있는데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단연 바이샤지구와 벨렝지구다. 이 중에서도 바이샤지구는 리스본 최대 번화가로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장소이기도 하다. 당시 대부분 건물이 무너져 폐허가 됐지만, 도시재건정책과 더불어 재건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리스본을 찾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이곳을 가장 먼저 찾는다. 바이샤지구의 출발은 로시우 광장이 일반적이다. 바이샤지구 가운데 있는 로시우 광장은 사방으로 명소에 둘러싸여 있다. 광장 중앙에 높이 솟아 있는 원기둥엔 독립 브라질의 첫 번째 왕인 동 페드로 4세가 서 있다. 기둥이 잘 보여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때 찾기에도 그만이다. 이곳은 13세기부터 리스본의 수많은 공식행사 장소로도 쓰였다. 바닥의 대리석 모자이크가 인상적이다.
도시를 이어주는 트램의 맛
코메르시우 광장(Praca do Comercio)으로 향하는 곳에 관문이 하나 있다. 바로 아우구스타 개선문(Arco da Rua Augusta)이다. 리스본 대지진 이후의 재건을 기념하며 만든 이 문은 리스본 시내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조선시대 4대문과 비슷하다. 이곳에도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곳에 오르면 거리 안쪽과 반대편 광장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트램을 타고 벨렝지구로 이동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을 검색해보면 트램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사실 유럽 어느 나라를 가도 트램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대부분 교통수단이 오래전부터 이용해온 트램이다. 덕분에 어딘가로 이동해야 할 때면 역사를 품고 운행 중인 낡은 트램과 디지털이 적용된 현대식 트램을 골고루 타볼 수 있었다. 여행자에겐 멋진 경험이다.
포르투갈 대항해 시대와 만나다
벨렝지구는 포르투갈이 가장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이 남아 있는 곳이다. 리스본의 과거와 현재가 관통하는 다른 지구와는 전혀 다르다. 바이샤지구에서 서쪽 편으로 8.5㎞ 정도 떨어져 있는 이곳에선 오래전 포르투갈의 전성기를 엿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한 면의 길이가 300m에 달하는 제로니무스 수도원(See Jernimos Monastery)이다. 리스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한 이곳은 15세기 왕 마누엘 1세의 이름을 따 마누엘린 양식이라 한 고딕과 이탈리아, 스페인, 플랑드르 디자인을 병합한 건축 양식의 걸작이다.
수도원을 나서면 건너편에 타구스강을 바라보며 높게 세워진 조형물이 보인다. 발견기념비(Padro dos Descobrimentos)다. 대항해시대를 열었던 포르투갈의 용감한 선원들과 그들의 후원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항해 왕이라 불린 엔리케의 사후 500주년을 기념해 1960년에 세워졌다. 엔리케의 노력은 그의 사후에도 이어져 포르투갈은 아프리카 서부 항로의 개척을 계속 추진해 1488년에는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벨렝탑(Torre de Belem)이 있다. 이곳 또한 리스본에서 손꼽히는 명소다. 1515년 마누엘 1세가 바스쿠 다가마의 세계일주 위업을 기념하며 이 탑을 만들었다. 석양이 물들 때 벨렝탑은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비라도 내린 후라면 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줄 만큼 묘한 장면이 연출된다. 벨렝탑과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기도 했다.
리스본=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sognomedia@gmail.com
여행정보
유럽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에도 한국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의 직항은 없다. 1회 경유하는 항공편은 많은데 가장 빠른 것은 폴란드 항공으로 15시간10분이 소요된다. 화, 목~일요일에 하루 한 편씩 있다. 루프트한자독일항공과 에어프랑스, 알이탈리아, 아시아나항공 등을 이용하면 매일 하루 2편에서 5편의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 시간도 최대 15시간55분으로 큰 차이가 없다.
리스본 중심가는 재건된 바이샤지구와 바이로알투지구, 옛 정취가 남아 있는 알파마 구시가와 벨렝지구로 나뉜다. 리스본을 여행할 땐 지구별로 다니는 것이 좋은데 지구와 지구를 이동할 땐 트램을 이용하고 지구 내에서는 먼 거리가 아니라면 도보로 다니는 것이 좋다. 지구별로 명소가 가까이에 붙어 있어서 지도나 관련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다니면 동선을 짜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