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사청문회는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다. 인사검증으로 흠결이 있는 후보자를 배제해 임명 이후 업무수행의 정당성과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하에 도입됐다. 그러나 후보자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검증보다는 개인적 흠결을 찾는 데 주력하면서 소모적이고 정략적인 청문회로 전락해 정쟁만 유발하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인사권한을 과도히 제한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청문회가 정권이 교체돼도 공수(攻守)만 교대된 채 행태는 똑같다는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의아한 점 중 하나는 한국의 인재풀이 이렇게 협소했나 하는 것이다. 일반 사람 중 음주운전 위반이나 위장전입, 다주택 소유를 하는 비율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또 외국 시민권에 기대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는 인구 비율이 얼마나 될까?

문제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느냐는 게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 사회 지도층이 안고 있는 최소한의 규범에 대한 무감각증이다. 예를 들어 최근 한 후보자는 과도한 주식매매로 구설에 올랐다. 후보자는 자신이 직접 주식을 매매한 것이 아니라 배우자가 자신의 명의로 매매했기 때문에 매매 내역을 잘 모른다고 해명했다. 이후 배우자는 주식을 매매할 때 내부정보 이용과 같은 부정행위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런 해명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 사회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점이 있다. 판사는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나 회계사와 달리 기업 내부정보나 우월적 정보를 획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주식 보유에 제한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적 문제와 상관없이 공직을 지향하는 사람이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통계학의 ‘1종 오류’와 ‘2종 오류’에 대한 철학이다.

통계학의 가설 검증은 귀무가설과 대립가설을 설정한다. 예를 들어 A라는 피고인에 대한 형사재판을 가정해보자. 귀무가설은 A가 무죄라는 가설이고, 대립가설은 A가 유죄라는 가설이다. 이때 귀무가설이 맞는데도, 즉 A가 범인이 아닌데도 유죄라고 잘못된 판결을 내리는 것을 제1종 오류라고 한다. 반면 피고인이 범인으로, 대립가설이 맞는데도 무죄라고 잘못된 판결을 내리는 것을 제2종 오류라고 한다.

문제는 두 오류가 서로 상충관계(trade-off)에 있다는 점이다. 동일한 추정 방법하에서 1종 오류를 줄이면 2종 오류가 늘어나고 반대도 성립한다. 그렇다 보니 통계학에서는 귀무가설이 참이라는 가정하에 1종 오류의 확률을 일정 범위 내로 제한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범인이 아닌데도 유죄를 선고할 확률을 5% 수준으로 제한하는 식이다.

그렇다 보니 범인인데도 무죄로 판결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따라서 가설검정에서는 어떤 가설을 귀무가설로 설정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위의 예에서 A가 무죄라는 귀무가설이 바로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이에 따라 피고인이 무죄가 아니라는 확고한 물증이나 증언이 있을 때만 유죄로 판결한다. 즉, 형사재판에서 거증책임(burden of proof)은 1차적으로 피고인을 기소한 검사에게 있다. 만약 반대로 유죄추정의 원칙이었다면 귀무가설은 피고자가 범인이고 대립가설은 피고자가 범인이 아니다가 된다. 이 경우 A가 범인이 아니라는 강력한 물증이 없으면 피고자는 범인이 되기 때문에 거증책임은 피고인과 그 변호사가 부담하게 된다.

위의 예에서 보듯 가설검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귀무가설을 무엇으로 설정하느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귀무가설의 설정은 편익분석이나 상식에 따라 설정된다. 이는 법적 문제뿐 아니라 윤리, 규범에서도 마찬가지다. 법을 논하기 전 귀무가설은 최소한의 윤리의식에 기초해야 한다. 일말의 의혹이라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귀무가설이 돼야 한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참외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매지 말라’는 옛말이 시사하는 점이 이것이다. ‘참외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으면 참외를 훔친 것이다’를 귀무가설로 삼는 규범의식이 중요한 것이지 고쳐 신었지만 참외를 훔치진 않았으니 이에 대해 다퉈보자는 식의 항변이 씁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