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이 작년의 3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거래가 뚝 끊기면 가격도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거래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주 서울 25개 구 중 절반 정도가 상승 또는 보합세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증여거래가 많은 점을 볼 때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거래량이 줄었다고 해서 아파트 가격이 앞으로 하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5만1357건으로, 1년 전(9만2795건)보다 44.7% 줄었다. 최근 5년 평균치(8만9951건)보다도 42.9% 감소했다. 서울은 5633건으로 1년 전(2만4122건)보다 76.6% 급감했다. 이 중 강남4구 거래량은 4380건에서 887건으로 79.7% 줄어들었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려면 급매물이 호가를 더 낮춘 급급매물을 불러내면서 호가가 계속 떨어져야 한다”며 “일부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호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연내 부동산가격이 추가로 급락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작년 9·13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떨어지긴 했지만 2014~2015년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은 여전히 30% 이상의 차익을 보고 있다”며 “이들이 느긋하게 시장을 지켜보고 있어 매도압력이 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매거래 위축이 곧 가격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거래 감소의 원인이 매수세 실종이 아니라 매물 부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인천 연수구을)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시·도별 증여거래 현황’을 보면 아파트를 파는 대신 증여하는 다주택자가 급증하고 있다. 2017년 1만4860건이던 서울 증여거래는 지난해 2만8427건으로 두 배(91.3%) 가까이로 늘었다. 지난해 구별 증여 건수는 강남구가 3053건으로 가장 많았다. 서초구와 송파구가 각각 2849건과 2387건으로 뒤를 이었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팀장은 “양도소득세 부담이 너무 커 주택 매각보다 자녀에게 증여할 여지가 커졌다”며 “거래가 가족 내에서만 이뤄지면 주택 시장에서 ‘집맥경화’가 심해지면서 수급불균형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