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면 뺏긴다"…신한은행發 기업대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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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서울시 금고 따낸 신한銀
일부 기업에 파격금리 제시
年 2%대 초반 기업대출도 등장
일부 기업에 파격금리 제시
年 2%대 초반 기업대출도 등장
요즘 서울지역 시중은행 지점장들은 신한은행의 움직임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신한은행의 한 지점이 연 2.3%의 파격적인 금리로 한 기업에 100억원대 대출을 해줬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비슷한 담보 조건일 경우 다른 은행의 대출금리는 연 3~4%에 달한다. 1%포인트나 이자가 싼 대출 사례가 나온 것이다. 다른 은행 강남지역의 한 지점장은 “서울지역 지점 회의와 보고서가 대부분 ‘신한 대응 전략’에 맞춰져 있을 정도로 신한은행의 공격적인 대출 움직임에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 기업 대출 총력전
서울 시내 은행 지점들 사이에 ‘신한은행발(發)’ 기업 대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해 약 30조원의 예산을 관리하는 서울시 제1 금고가 올 들어 우리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바뀌면서다. 신한은행은 거액의 수신이 한꺼번에 들어오자 이를 소진하기 위해 ‘여신 늘리기’ 총력전에 나섰다.
서울시 금고는 서울시의 지방세와 각종 기금, 예산 등을 예치받아 운용한다. 우리은행은 1915년부터 100년 넘게 서울시 금고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서울시가 복수 금고화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신한은행이 우리은행(1100억원)보다 약 2000억원 많은 3000억원을 서울시 협력사업비(출연금)로 제시해 1금고에 선정됐다. 서울시 예산이 한꺼번에 입금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한은행이 우선 맡은 신규 자금만 3조~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 지점마다 신규 기업 대출 목표치를 잡고 상반기에 이를 채우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정부 예대율 규제로 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신한은행 부담까지 겹쳐 일선 지점에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도 기업 규모나 기간에 따라 연 2%대 저리 대출을 내주는 사례가 상당수 있다”며 “시 금고 선정을 계기로 무리하게 대출을 내준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해명했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가계대출 예대율 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은 15% 줄이는 것이 골자다.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에 주력하라는 메시지다.
“출혈 경쟁이 소비자에 독 될 수도”
지점 간 기업대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리 혜택을 보는 기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과도한 출혈 경쟁이 지속되면 금융 소비자들에게 장기적으로 불이익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에 저리로 대출을 내주면서 줄어든 이익은 결국 다른 곳에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금고를 두고 은행들이 과도한 출연금 싸움을 벌였을 때도 소비자들의 대출 금리 인상으로 귀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수신이 크게 증가하면 가계·기업대출 모두 금리를 낮춰줄 여지가 늘어난다”며 “일반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은행 경쟁력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점이 대출 경쟁에만 골몰하면 신사업이나 금융 혁신 방안에 대한 논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은행 간 지자체 금고 쟁탈전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금고 지정 평가 기준’을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협력사업비 경쟁을 완화하고, 지역재투자 평가 결과를 반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소람/정지은 기자 ram@hankyung.com
은행들, 기업 대출 총력전
서울 시내 은행 지점들 사이에 ‘신한은행발(發)’ 기업 대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해 약 30조원의 예산을 관리하는 서울시 제1 금고가 올 들어 우리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바뀌면서다. 신한은행은 거액의 수신이 한꺼번에 들어오자 이를 소진하기 위해 ‘여신 늘리기’ 총력전에 나섰다.
서울시 금고는 서울시의 지방세와 각종 기금, 예산 등을 예치받아 운용한다. 우리은행은 1915년부터 100년 넘게 서울시 금고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서울시가 복수 금고화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신한은행이 우리은행(1100억원)보다 약 2000억원 많은 3000억원을 서울시 협력사업비(출연금)로 제시해 1금고에 선정됐다. 서울시 예산이 한꺼번에 입금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한은행이 우선 맡은 신규 자금만 3조~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 지점마다 신규 기업 대출 목표치를 잡고 상반기에 이를 채우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정부 예대율 규제로 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신한은행 부담까지 겹쳐 일선 지점에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도 기업 규모나 기간에 따라 연 2%대 저리 대출을 내주는 사례가 상당수 있다”며 “시 금고 선정을 계기로 무리하게 대출을 내준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해명했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가계대출 예대율 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은 15% 줄이는 것이 골자다.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에 주력하라는 메시지다.
“출혈 경쟁이 소비자에 독 될 수도”
지점 간 기업대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리 혜택을 보는 기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과도한 출혈 경쟁이 지속되면 금융 소비자들에게 장기적으로 불이익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에 저리로 대출을 내주면서 줄어든 이익은 결국 다른 곳에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금고를 두고 은행들이 과도한 출연금 싸움을 벌였을 때도 소비자들의 대출 금리 인상으로 귀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수신이 크게 증가하면 가계·기업대출 모두 금리를 낮춰줄 여지가 늘어난다”며 “일반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은행 경쟁력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점이 대출 경쟁에만 골몰하면 신사업이나 금융 혁신 방안에 대한 논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은행 간 지자체 금고 쟁탈전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금고 지정 평가 기준’을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협력사업비 경쟁을 완화하고, 지역재투자 평가 결과를 반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소람/정지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