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10% 갚아야 연장"…'농업대출' 상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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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이상 운전자금 받은 업체
농식품부, 신규·추가대출도 제한
"자금 회수해 대기자에 기회줘야"
농식품부, 신규·추가대출도 제한
"자금 회수해 대기자에 기회줘야"
곡물 가공품을 제조해 유통업체 등에 납품하는 A씨는 요즘 급전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이달 초 농협은행으로부터 난데없이 대출금을 상환하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2년 전 받은 농업종합자금 대출 8억여원 가운데 10%를 다음달까지 갚아야 나머지 90%를 연장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수년째 자동 연장해줬는데 만기를 한 달 앞두고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8000만원이 넘는 돈을 갚으라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1일 농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올초 농협은행에 “농업종합자금 대출을 받은 농·축·임산물 가공 및 유통업체가 만기 연장을 원할 경우 대출금의 10% 이상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재대출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공문을 통해 내년부터는 재대출을 위한 최저 상환금액을 대출금의 20%로 높인다고 명시했다. 운전자금 대출 잔액이 10억원 이상인 업체의 신규 및 추가 운전자금 대출도 제한했다.
농업종합자금은 농업 관련 업체가 대출받을 때 일반 시중금리와 정책 금리 차이만큼을 농식품부가 국고로 보전해주는 정책자금이다. 예컨대 자신의 신용으로는 연 7% 금리로 농협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업체가 농업종합자금을 활용하면 연 2% 안팎의 이자율로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연 5%에 해당하는 이자 차이는 농식품부가 대신 내준다. 전체 대출한도는 6000억원으로 현재 1000여 명이 이 자금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가 재대출 조건으로 일부 상환을 요구한 건 신규 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대출한도가 꽉 찬 상황에서 기존 업체에 빌려준 돈을 100% 자동 연장해주면 새로 대출받으려는 농업인에게는 한 푼도 빌려줄 수 없어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종합자금 대기자들에게 기회를 주려면 기존 업체에 빌려준 자금을 일부라도 회수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대출을 무한정 연장해주는 건 기존 업체에 특혜를 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가공·유통업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의견 수렴 없이 만기 한 달 전에 일방적으로 대출금 상환을 통보해서다. 만기가 돌아오는 2~3년마다 대출금의 20%씩 상환토록 한 것도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한 농산물 유통업체 대표는 “농산물 유통업은 마진이 워낙 낮기 때문에 정책자금을 쓰지 않으면 적자를 낼 게 뻔하다”며 “대출 원금을 어떻게 갚아나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농업종합자금 한도를 확대해달라고 농식품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게 어렵다면 최소한 업체들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상환 시점을 1~2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작년 말 발간한 농식품사업 시행지침서에 일부 상환정책을 고지했다”며 “시행 첫해에는 10%만 갚도록 하는 등 업체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3000쪽이 넘는 농식품사업 시행지침서에 딱 한 줄 넣은 걸 어떤 농업인이 찾을 수 있겠느냐”며 “정부의 관료주의와 일방적인 일처리로 농가공업체들이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21일 농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올초 농협은행에 “농업종합자금 대출을 받은 농·축·임산물 가공 및 유통업체가 만기 연장을 원할 경우 대출금의 10% 이상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재대출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공문을 통해 내년부터는 재대출을 위한 최저 상환금액을 대출금의 20%로 높인다고 명시했다. 운전자금 대출 잔액이 10억원 이상인 업체의 신규 및 추가 운전자금 대출도 제한했다.
농업종합자금은 농업 관련 업체가 대출받을 때 일반 시중금리와 정책 금리 차이만큼을 농식품부가 국고로 보전해주는 정책자금이다. 예컨대 자신의 신용으로는 연 7% 금리로 농협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업체가 농업종합자금을 활용하면 연 2% 안팎의 이자율로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연 5%에 해당하는 이자 차이는 농식품부가 대신 내준다. 전체 대출한도는 6000억원으로 현재 1000여 명이 이 자금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가 재대출 조건으로 일부 상환을 요구한 건 신규 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대출한도가 꽉 찬 상황에서 기존 업체에 빌려준 돈을 100% 자동 연장해주면 새로 대출받으려는 농업인에게는 한 푼도 빌려줄 수 없어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종합자금 대기자들에게 기회를 주려면 기존 업체에 빌려준 자금을 일부라도 회수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대출을 무한정 연장해주는 건 기존 업체에 특혜를 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가공·유통업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의견 수렴 없이 만기 한 달 전에 일방적으로 대출금 상환을 통보해서다. 만기가 돌아오는 2~3년마다 대출금의 20%씩 상환토록 한 것도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한 농산물 유통업체 대표는 “농산물 유통업은 마진이 워낙 낮기 때문에 정책자금을 쓰지 않으면 적자를 낼 게 뻔하다”며 “대출 원금을 어떻게 갚아나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농업종합자금 한도를 확대해달라고 농식품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게 어렵다면 최소한 업체들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상환 시점을 1~2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작년 말 발간한 농식품사업 시행지침서에 일부 상환정책을 고지했다”며 “시행 첫해에는 10%만 갚도록 하는 등 업체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3000쪽이 넘는 농식품사업 시행지침서에 딱 한 줄 넣은 걸 어떤 농업인이 찾을 수 있겠느냐”며 “정부의 관료주의와 일방적인 일처리로 농가공업체들이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