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적용되는 화관법 기준에 맞추려면 공장 새로 지어야 할 판"
“올 들어 종업원 10명 이하 영세 도금사업장을 중심으로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박평재 부산녹산도금조합 이사장(사진)은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인건비 부담과 전방산업 침체 등으로 도금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들쭉날쭉한 생산 계획, 강화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유예기간 연내 종료 등은 도금기업을 더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고 전했다.

도금업종은 대표적인 뿌리산업으로 분류된다. 자동차 등 금속판을 활용하는 제조업에서 꼭 필요한 공정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등 도금기술이 필요한 전방산업의 업황 부진 탓에 수년째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에서 경일금속을 운영 중인 박 이사장은 “5년 전과 비교해 일감이 30%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높아진 인건비도 부담이다. 박 이사장은 “도금업체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라며 “인건비는 오르는데 납품 단가는 5년 전과 비교해도 제자리걸음이라 부담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뿌리산업에서 근무하려는 젊은 인력이 적은 데다 고객사 요구에 맞추다 보면 계획 생산이 어렵고 잔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내년 시행될 주 52시간 근로제 등 주변 여건이 첩첩산중”이라고 말했다.

2015년 제정돼 내년부터 본격 적용되는 화관법은 도금업체의 경영환경을 악화시킬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화관법은 도금업체들이 공정에 활용하는 화학약품 탱크를 제조설비가 아니라 저장설비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장 설비를 바꿔야 하는 규제만 457개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박 이사장은 “환경부 기준에 맞추려면 공장을 전부 새로 지어야 하는 수준”이라며 “공장을 보유한 업체들은 수리를 검토라도 해볼 수 있지만 임대 공장을 활용하는 중소기업엔 거의 불가능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화관법 도입을 앞두고 문을 닫는 영세사업장도 속출하고 있다. 전국 도금업체가 가입한 표면처리조합의 이상오 전무는 “지난해 말 기준 389개 회원사 중 70곳이 올 들어 폐업으로 인한 조합 탈퇴 의사를 밝혀왔다”며 “화관법 시행 유예기간인 연말까지 조합을 탈퇴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