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규가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발레 동작 연기에 열중하고 있다.  /서울예술단 제공
진선규가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발레 동작 연기에 열중하고 있다. /서울예술단 제공
영화 ‘범죄도시’ ‘극한직업’ ‘돈’…. 출연한 영화마다 흥행하면서 진선규에겐 ‘천만배우’란 타이틀이 붙었다. 이 때문에 그를 영화배우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의 태생은 무대다. 올해로 연기 20년차를 맞은 그는 연극, 뮤지컬 등 공연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흥행배우로 자리매김한 뒤 영화계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무대를 떠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까지 연극 ‘나와 할아버지’의 지방 투어 공연을 다녔고 다음달에는 ‘발레 뮤지컬’에 도전한다. 다음달 1~12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서울예술단의 ‘나빌레라’에서 발레리노를 꿈꾸는 70세 할아버지 ‘덕출’ 역으로 무대에 선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진선규는 “밖에 나갔어도 곧장 집에 돌아오는 것처럼 무대는 쉴 수 있는 나만의 집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창작 초연 무대에 대한 열망이 크다”며 “이를 덕출의 몸짓에 녹여 표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선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동문들이 함께 만든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로 데뷔했다. 이후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연극 ‘뜨거운 여름’ 등 수많은 무대에 올랐다.

‘나빌레라’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덕출은 친구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뒤 감춰뒀던 발레리노의 꿈을 펼치기 시작한다. 가족의 만류에도 발레단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만난 23살 발레리노 채록과 진한 우정을 나눈다.

진선규는 국립발레단 출신인 유회웅 안무가의 도움을 받아 지난달부터 매일 10시간 넘게 발레 연습을 하고 있다. “발레를 배워본 적은 없었어요. ‘천천히 하는 동작’이 가장 어려워요. 발끝을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는 턴아웃을 천천히 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이전 무대들에 비해 이번 작품에는 생소한 발레 동작뿐 아니라 소화해야 하는 넘버(뮤지컬에 삽입된 노래)도 많아 더 힘들다고 했다. 전체 넘버 23곡 중 그의 솔로곡은 5곡, 다른 배우와 함께 부르는 곡은 8곡이다. “사실 노래가 제일 걱정이에요. 덕출이 ‘그랑주테(두 다리를 앞뒤로 뻗어 크게 도약하는 동작)’를 하며 부르는 ‘매일이 새롭다’부터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여기까지인 걸까’ 하고 부르는 노래까지 따뜻한 노래가 많아요. 최대한 예쁘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

인지도가 높아지기까지 오랫동안 무명생활을 했던 그는 무대에서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덕출의 대사에 ‘자기가 초라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초라해진다’는 말이 나와요.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여전히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먼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