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독감환자 역대 최다…백신도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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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난제로 떠오른 독감정복
범용 독감 백신 개발 활발
범용 독감 백신 개발 활발
올해 봄철 독감 환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4월 둘째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는 42.1명으로 2005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독감 환자가 가장 많았던 2016년(28.3명)에 비해 약 두 배에 이른다. 연령별로 보면 초등학생인 7~12세 환자가 1000명당 127.5명으로 가장 많았다. 3월 마지막주 기준 교육부가 집계한 초·중·고 독감 환자는 2만6000명을 넘어섰다. 전국 학교에 ‘독감 비상령’이 내려진 상태다.
예방접종했는데 왜
독감 환자가 줄어드는 4월 초 환자가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15년 동안 3~4월 독감 의심환자 수가 1000명당 40명을 넘어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정부가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초등학생까지 확대했는데도 유독 초등학생 환자가 많다는 점도 의문이다.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에 초등학생이 포함되지 않았던 지난해 4월 둘째주 기준 7~12세 독감 환자는 1000명당 7.8명에 불과했다.
의료계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B형 독감이 유행한 탓에 감염이 급격히 확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기간에 검출된 98건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A(H3N2)형 21건, B형 77건으로 B형이 대부분이었다. B형 독감은 A형 독감보다 발열, 통증이 덜하고 열감기로 오인하고 넘어가기 쉽다. 독감에 걸린 줄 모르고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 집단 전파됐다는 분석이다.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에 들어가는 3가 독감 백신으로는 B형 독감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3가 독감 백신에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예방 인자 2개와 B형 1개가 들어 있어 B형 독감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 4가 백신이라고 해도 모든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독감 바이러스는 HA(헤마글루티닌), NA(뉴라미니데이즈)로 HA와 NA 타입에 따라 A형 독감, B형 독감으로 나뉘는데 HA는 18개, NA는 11개 종류가 있다. 확률적으로 198가지 조합의 독감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매년 유행할 4가지 바이러스를 예측해 백신을 만드는데 백신과 유행 바이러스가 다른 ‘미스 매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내성으로 돌연변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생겨나는 것도 다른 이유로 지목된다.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는 단기간에 복제되기 때문에 맞춤형 백신으로는 예방하기 어렵다. 예방 접종을 하고도 독감에 걸리는 환자가 매년 늘어나는 배경이다.
인류 난제 독감 정복 가능할까
독감 백신과 치료제가 진화하고 있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독감을 완벽하게 퇴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간하는 과학기술 잡지인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글로벌 도전과제 10가지 중 치매와 함께 독감을 선정했을 정도다.
세계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모든 종류의 독감에 효과적인 범용 백신을 개발 중이다. 면역 T세포와 나노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독감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 머리 부분이 아닌 줄기에 작용하는 새로운 기전의 약물로 임상 1상을 시작했다.
기존 독감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의 막대사탕처럼 생긴 표면 단백질 HA의 돌출한 머리 부분에 작용한다. 머리 부분은 항체가 결합하기 쉽지만 돌연변이도 쉽게 일으키는 단점이 있다. 줄기 부분은 머리보다 변이 속도가 느리고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를 공유한다는 점을 공략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HA 줄기 부분에 결합하는 독감 항체 신약 ‘CT-P27’을 개발 중이다. 두 가지 항체로 이뤄진 복합 항체 치료제로 HA 줄기 부분에 결합해 바이러스 유전체가 세포 내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최근 임상 2상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다.
범용 백신 분야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1위 백신 개발사인 프랑스 사노피파스퇴르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세포배양 기술을 도입해 범용 독감 백신을 개발 중이다. 국내 바이오벤처 나노메디카는 나노 기술을 이용해 독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예방접종했는데 왜
독감 환자가 줄어드는 4월 초 환자가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15년 동안 3~4월 독감 의심환자 수가 1000명당 40명을 넘어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정부가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초등학생까지 확대했는데도 유독 초등학생 환자가 많다는 점도 의문이다.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에 초등학생이 포함되지 않았던 지난해 4월 둘째주 기준 7~12세 독감 환자는 1000명당 7.8명에 불과했다.
의료계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B형 독감이 유행한 탓에 감염이 급격히 확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기간에 검출된 98건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A(H3N2)형 21건, B형 77건으로 B형이 대부분이었다. B형 독감은 A형 독감보다 발열, 통증이 덜하고 열감기로 오인하고 넘어가기 쉽다. 독감에 걸린 줄 모르고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 집단 전파됐다는 분석이다.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에 들어가는 3가 독감 백신으로는 B형 독감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3가 독감 백신에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예방 인자 2개와 B형 1개가 들어 있어 B형 독감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 4가 백신이라고 해도 모든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독감 바이러스는 HA(헤마글루티닌), NA(뉴라미니데이즈)로 HA와 NA 타입에 따라 A형 독감, B형 독감으로 나뉘는데 HA는 18개, NA는 11개 종류가 있다. 확률적으로 198가지 조합의 독감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매년 유행할 4가지 바이러스를 예측해 백신을 만드는데 백신과 유행 바이러스가 다른 ‘미스 매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내성으로 돌연변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생겨나는 것도 다른 이유로 지목된다.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는 단기간에 복제되기 때문에 맞춤형 백신으로는 예방하기 어렵다. 예방 접종을 하고도 독감에 걸리는 환자가 매년 늘어나는 배경이다.
인류 난제 독감 정복 가능할까
독감 백신과 치료제가 진화하고 있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독감을 완벽하게 퇴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간하는 과학기술 잡지인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글로벌 도전과제 10가지 중 치매와 함께 독감을 선정했을 정도다.
세계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모든 종류의 독감에 효과적인 범용 백신을 개발 중이다. 면역 T세포와 나노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독감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 머리 부분이 아닌 줄기에 작용하는 새로운 기전의 약물로 임상 1상을 시작했다.
기존 독감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의 막대사탕처럼 생긴 표면 단백질 HA의 돌출한 머리 부분에 작용한다. 머리 부분은 항체가 결합하기 쉽지만 돌연변이도 쉽게 일으키는 단점이 있다. 줄기 부분은 머리보다 변이 속도가 느리고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를 공유한다는 점을 공략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HA 줄기 부분에 결합하는 독감 항체 신약 ‘CT-P27’을 개발 중이다. 두 가지 항체로 이뤄진 복합 항체 치료제로 HA 줄기 부분에 결합해 바이러스 유전체가 세포 내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최근 임상 2상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다.
범용 백신 분야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1위 백신 개발사인 프랑스 사노피파스퇴르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세포배양 기술을 도입해 범용 독감 백신을 개발 중이다. 국내 바이오벤처 나노메디카는 나노 기술을 이용해 독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