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이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 평가와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이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 평가와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정부의 금융정책으로 금융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좋아졌다.”(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시장이 안정되고, 생산적·포용적 금융이 확대됐다.”(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 평가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금융권 3대 연구원인 금융연구원·자본시장연구원·보험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행사다. 세미나 주제발표에선 정부가 핵심 과제로 내세운 생산적·포용적·혁신적 금융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에 지나치게 편승해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와 과제’라는 주제를 발표한 금융연구원은 정부가 지난 2년간 펼친 전반적인 금융정책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소기업에 자금공급을 늘린 생산적 금융과 취약 차주를 위한 포용적 금융정책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면서 정부가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연구원은 향후 과제로 금융산업 자체의 낮은 경쟁력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내수에 치중해 글로벌 금융사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 금융연구원의 설명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정책’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을 위한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 등 정부 정책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줬다. 주제발표에 앞서 개회사를 한 박영석 원장은 정부의 혁신성장 대책이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금융산업 혁신정책 평가와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한 보험연구원도 금융사 지배구조 및 금융소비자보호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카드수수료 및 대출금리·보험료 인하 등 금융 포퓰리즘을 앞세운 ‘관치금융’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어느 기관에서도 제기되지 않았다. ‘현 정부에선 금융을 다른 산업에 자금을 대는 통로로만 여길 뿐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금융권의 전반적인 우려와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선 금융권 대표 3대 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대목이 단 한 줄도 없었다는 건 충격적”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권에선 금융권 연구원들이 정부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 보험연구원은 각각 은행과 금융투자사, 보험사 등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운영비도 회원사 출연금으로 운영된다. 그럼에도 연구원들이 정부 ‘코드’에만 맞춘 보고서나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기구인 이들 연구원이 인사와 예산 등에선 사실상 금융위원회 통제를 받기 때문에 정부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발주하는 연구용역도 대부분 금융연구원 등이 수행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민간 연구원들이 정부 금융정책에 지나치게 편승하면서 금융사와 견해차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며 “스스로를 국책 연구기관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경민/임현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