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예정된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업계가 둘로 쪼개졌다. 국내 최대 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2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사, 세무사 등 법조 유사직역 통폐합 없이 변호사 증원은 시기상조”라며 변호사 합격자 수를 늘리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 등은 “선배들이 밥그릇을 지키려 후배들을 죽이고 있다”며 ‘변시 자격시험화’를 촉구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처음으로 ‘변시 자격시험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로스쿨제도 도입 10년 만에 변호사 합격자 수를 놓고 관련 단체 간 충돌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변시 합격자 수 놓고 둘로 쪼개진 변호사단체
로스쿨 도입 10년 만에 갈등 격화

이날 오전 11시30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 변협 소속 변호사 50여 명이 도열했다. 이들은 “법무사, 변리사 등 유사직역의 숫자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을뿐더러 이들이 변호사 고유 업무인 소송대리권까지 요구하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며 변호사 증원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다. 이찬희 변협 회장은 로스쿨 재학생 및 졸업생들을 향해 “선배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해 여러분들이 꿈꾸는 변호사들이 실제로 얼마나 어렵게 살고 있는지 목격해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유사직역 축소가 전제돼야 신규 변호사 증원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들과 1m 남짓 떨어진 거리에선 로스쿨 재학생 및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와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회원 10여 명이 정반대 주장을 했다. 이들은 변시 합격자 수를 통제할 것이 아니라 자격시험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기준 변시 응시자 대비 합격자 비율이 50% 밑으로 떨어지면서 시험 공부에만 집중하는 ‘변시 낭인’이 속출해 ‘다양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 두 명은 변협에 대한 항의 표시 등으로 삭발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갈등은 변호사와 예비 변호사들 사이 대립을 넘어 법조계 전체로 비화하고 있다. 같은 날 민변은 기자회견을 열고 변시를 자격시험화해야 한다며 변협과 반대 방침을 밝혔다. 변호사 시험에 대해 민변이 견해를 밝힌 것은 2009년 로스쿨 도입 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로스쿨협의회도 “기존 변호사의 특권을 지키기 위한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이라며 변협의 기자회견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올해 합격자 수 소폭 증가 전망

법무부는 그동안 변시 합격 규모를 정할 때 ‘로스쿨 정원 대비 75%(1500명) 이상’ 기준을 유지하면서 응시생들의 실력과 법조 수급 현황 등을 고려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기준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로스쿨의 ‘고시학원화’ 등 낮은 변시 합격률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올해부터 합격자 수가 크게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변협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이미 변협은 ‘예년 수준(1600명) 이상 불가’란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시했다. 반면 로스쿨협의회는 ‘응시자 대비 60% 이상(약 2000명)’을 주장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년째 관련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 변호사, 로스쿨 등 이해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적절한 방안을 도출해 내는 상설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