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으로 한국 팬들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은 22일 서울 인사동 오라카이스위츠호텔에서 열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간담회에서 “독주가 많은 피아노는 사실 외로운 악기”라며 “실내악은 나만의 색깔을 내세우기보다 함께 연주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협연이나 독주와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4회째를 맞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무대는 23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등에 마련된다. 특히 올해는 1980년 쇼팽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당 타이 손의 참여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그는 조성진이 우승한 2015년을 포함해 3회 연속 쇼팽 콩쿠르 심사위원도 맡았다. 25일엔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27일엔 롯데콘서트홀에서 이그나치 얀 페데레프스키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피아노와 현악 5중주를 위한 곡으로 편곡한 버전을 들려준다. 당 타이 손은 “쇼팽이 오케스트라보다 더 즐겼던 5중주 연주의 당시 느낌을 되살려보고자 이 곡을 택했다”며 올해 축제의 주제인 ‘음악과 미식’에 대해 “타이밍이 중요하고 직관에 따르면 멋진 작품이 나온다는 점이 음악과 요리의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요리법을 보면서 요리하듯 연주자들도 같은 악보를 보지만 직관적으로 해석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낼 때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번 축제 개막식에서는 쉽게 감상하기 힘든 노르웨이 작곡가 요한 스벤젠의 현악 5중주를 선보인다. 해군 사령관 출신 프랑스 작곡가인 장 크라스의 5중주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옥으로 꼽히는 윤보선 전 대통령의 고택에서 열리는 ‘살롱 콘서트’도 즐길 수 있다. 당 타이 손을 만날 수 있는 ‘가족음악회’는 전석이 2만원이다. 2006년 첫회 때부터 페스티벌을 이끌어온 바이올리니스트인 강동석 예술감독은 “매번 힘들게 프로그램을 짜고 연주자들을 섭외하지만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재밌다”며 “재정적으로 더 안정이 돼 지속적으로 행사를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