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철 교수, 류백렬 교수, 유창훈 교수
김송철 교수, 류백렬 교수, 유창훈 교수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6%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절망의 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환자 대부분 수술로 암 덩어리를 잘라내기 힘들 정도로 진행된 상태에서 암을 발견한다. 췌장암에 걸리면 치료 포기부터 떠올리는 환자가 많은 이유다. 이 같은 편견과는 조금 다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췌장암을 늦게 발견하더라도 항암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면 조기에 수술받은 환자만큼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서울아산병원 김송철 간담도췌외과 교수와 류백렬, 유창훈 종양내과 교수팀은 췌장암이 주변 림프샘, 혈관 등으로 번져 수술하기 어려운 국소 진행성 환자에게 항암 치료를 한 뒤 수술로 암을 잘라냈더니 평균 생존 기간이 29.7개월이었다고 발표했다. 초기 췌장암은 수술한 뒤 평균 생존 기간이 24~28개월 정도다. 항암 치료를 한 뒤 수술해도 생존 기간은 비슷하다는 의미다.

췌장암이 주변 림프샘이나 혈관으로 번진 국소 진행성 환자는 일부만 항암치료를 한다. 지금까지 이들 환자에게 항암 치료 효과가 크지 않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실제로도 효과가 크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2005~2017년 서울아산병원에서 폴피리녹스와 젬시타빈으로 항암치료를 받은 뒤 수술한 환자 135명의 치료 성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수술을 받은 뒤부터 평균 25.4개월, 항암치료를 시작한 시점부터는 평균 29.7개월 동안 생존했다.

연구팀은 같은 기간 국소 진행성 췌장암으로 진단받았지만 항암 치료를 하지 않고 바로 수술받은 환자 359명의 생존 기간도 비교했다. 이들은 평균 17.1개월 정도 생존해 항암 치료를 먼저 받은 뒤 수술한 환자가 평균 1.7배 정도 더 오래 살았다.

항암치료를 한 뒤 수술받은 환자는 수술 뒤 합병증도 적게 생겼다. 항암치료 없이 바로 수술받은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는 38%가 크고 작은 합병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먼저 항암치료를 한 뒤 수술한 환자는 합병증 발생률이 27%로 이보다 낮았다. 류 교수는 “최근 수년간 췌장암 치료에 효과적인 항암제가 개발됐기 때문”이라며 “암이 진행돼 바로 수술을 받기 어려웠던 췌장암 환자도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항암 치료에 임하면 생존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발견 시기와 상관없이 적절한 치료를 한 뒤 췌장암을 수술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다른 암보다 치료가 힘든 췌장암의 치료 성공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암(Cancers)’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