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인구는 많아졌는데 빅사이즈 옷은 예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에요. 다니다 보면 비슷한 옷 입은 사람을 꼭 마주치게 되죠. 뚱뚱하다고 패션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닌데 빅사이즈 옷은 왜 패션 감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지 불만이었어요. 안되겠다. 직접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김수영)."

개그계 콤비 송영길·김수영이 빅사이즈 전문 '나노핏'을 론칭한 이유다.

지극히 작은 크기를 나타내는 '나노'를 접목시킨 이름부터가 웃음을 자아낸다.

실제로 스트리트 패션에 어울릴 법한 화려한 페인팅과 패턴 때문에 "살 빠졌냐" 소리를 자주 듣는다는 그들이다.
"뚱뚱한 사람들은 몸을 가리는데 급급하잖아요. 또 살이 찌면 땀도 많이 흘리기 때문에 회색 이런 건 엄두를 못내요. 여름엔 무조건 어두운 옷만 입거든요. 아무 무늬 없는 검은 계열 옷은 사람을 더 뚱뚱해 보이게 하고 답답한 인상을 줘요. (송영길)"

개그계에서도 패션 감각이 있다고 알려진 김수영은 '뚱뚱족'들을 위한 올 S/S패션을 제안한다.

"가장 중요한 건 옷과 신발의 매치에요. 빅사이즈 티셔츠는 무조건 땀 흡수가 잘 돼야 하는데 원단이 많이 드니까 가격도 올라가거든요. 기존 빅사이즈 옷은 예쁜 게 없어서 외국 사이트에서 사곤 했어요. 마른 사람들은 화려하고 다양한 옷을 입는데 나도 예쁘게 입어보고 싶어서 날염 원가가 많이 들어가도 스트리트 패션에 어울리게 만들었어요. 날씬한 동료 여성 개그맨들도 보더니 '나도 입을래'하며 사더라고요."
김수영은 3년 전 개그 코너를 통해 4개월 만에 70kg을 감량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묻혀 있던 살들을 걷어내자 또렷한 이목구비가 드러났고 몸도 슬림 해져서 보는 이들에게 탄성을 자아냈다.

"힘들게 빼놓고 왜 유지를 못 했냐고요? 안 한 거예요. 자발적으로 식욕에게 지배당했어요. 먹는 행복을 포기할 수 없거든요. 어제도 일어나자마자 라면 2개 끓여먹고 작가실 오자마자 라면 또 먹고 코다리찜에 알탕에 순대까지 해치웠어요. 간식은 좋아하지 않는데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별명이 '오공이'입니다. 공깃밥만 다섯 공기를 먹는다고 그렇게 불러요. 고기 시키면 불판이 나오기도 전에 밑반찬만 갖고 3공기를 뚝딱해요. 아무래도 이렇게 빅사이즈 옷을 만들라는 하늘의 뜻인가 봐요."
이런저런 다이어트 용품 관련 제안도 많이 받았지만 그는 먹으면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택했다.

송영길과 김수영은 매주 모여 디자인과 홍보마케팅 방안까지 머리를 맞댄다.

"패션쇼를 날씬한 사람만 하란 법 있나" 빅사이즈 패션쇼도 기획 중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의 의류 모델이 되고 나니 개그 일에도 더 자신감이 솟는다고.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몽골, 러시아 등에서도 관심을 갖고 제안이 들어왔어요. 조만간 미국 먼저 진출하려 합니다. 듣자 하니 줄리엔 강이랑 데니스 강이 우리 '나노핏' 모델을 하고싶다고 하더라고요. 옷이 돋보이는 게 중요하니까 그들이 나노핏의 힙한 느낌을 살릴 수 있을지 일단 생각 좀 해보고요(웃음)."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사진 최혁 /영상 조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