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시 바른미래당 의총 추인 변수로…민주 일각서도 부정적 기류
한국당 강력 반발 "20대 국회 마비" 으름장…'빈손' 4월 국회 우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22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운명을 가를 담판을 준비하면서 대치 정국에서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여야 4당이 이날 오후 원내대표들 간 회동에서 패스트트랙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면 답보 상태를 이어 온 선거제 개혁 논의가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에 주말 광화문 장외투쟁에 나선 자유한국당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의 향배에 따라 여야의 대립이 가파른 정점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한국당은 이날 지도부 회의를 거쳐 패스트트랙을 4월 국회뿐만 아니라 20대 국회 전체를 마비시키는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총력투쟁에 나설 것임을 강력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인사청문 정국에서 형성된 여야 대치 전선이 패스트트랙 갈등으로 더욱 확대되고 복잡해지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제 1·2 야당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 재판관 임명에 반대하며 여권을 향한 총공세에 공조했으나 선거제 패스트트랙을 놓고선 '다른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나오면 여야 4당이 한국당을 포위하는 지형이 그려지겠으나 이럴 경우 한국당의 강한 반발로 4월 임시국회 정상화는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철회 없이는 의사일정에 합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만큼 4월 국회가 여야의 출구 없는 대치 속에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민주당 홍영표·바른미래당 김관영·민주평화당 장병완·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패스트트랙 처리 방안을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선거제 개혁의 여야 4당 합의안이 진작에 나와 있는 만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의 이견을 얼마나 좁힐지가 관건이다.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은 특히 공수처의 기소권 문제에서 판사와 검사, 고위직 경찰을 수사할 때만 기소권을 주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막판 이견 조율을 할 예정이다.
특히 공수처의 제한적 기소권 부여 방안을 놓고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합의 여부가 회동의 결과를 좌우할 변수다.
바른미래당이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과의 합의안이라며 공수처에 제한적 기소권을 주는 방안의 추인을 시도하려 했으나 표결은 무산됐다.
의총 도중 '공수처의 기소권 분리는 없다'는 홍 원내대표의 발언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문서로 된 합의안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 이날 회동에서 합의 문서가 나올지 주목된다.
바른미래당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제가 잠정 합의안이라고 의총에서 보고한 내용을 서면으로 만들어 민주당에 전달했다"며 "민주당이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합의 단계에 이르면 연락을 주기로 했으나 아직 연락은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홍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의 제안과 관련한 물음에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사이에 '공수처의 제한적 기소권' 방안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최종 합의안이 나오더라도 각 당의 의총에서 추인을 받아야 하는 숙제가 아직 남아있다.
바른미래당에선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선거법 개정에 부정적이다.
일부 국민의당계 의원들도 공수처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강하게 주장해 당내 합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수처의 제한적 기소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 의총 추인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수처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는 안 된다는 게 그동안 당론이었는데 제한적으로 기소권을 준다고 하면 반발이 꽤 있을 것"이라며 "다만 지도부가 제한적 기소권 부여로 합의하면 반발이 있더라도 당내 추인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4당의 합의안이 진통 끝에 각 당의 추인을 얻으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각각 선거제 개헌안과 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작업이 시작된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으로 법안을 처리하는데 최장 330일이 걸린다.
문 의장의 협조로 마지막 본 회의 계류 기간(60일)을 줄이더라도 270일이 소요된다.
당장 패스트트랙에 태운다 해도 내년 4·15 총선이 임박한 1∼2월께 선거법 개정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여야 4당의 원내대표 회동 전부터 강하게 반발하며 여야 4당에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선거제와 공수처의 밀실거래 야합정치는 4월 국회뿐 아니라 20대 국회를 마비시킬 것"이라며 "민생을 외면하고 다음 총선에서 밥그릇을 늘리려고 혈안이 된 여당과 일부 야당이 국회를 파행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실제로 여야 4당이 합의를 하고 패스트트랙이 현실화하는 경우 이를 막을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데 한국당의 고민이 있다.
민주당(128석)·바른미래당(29석)·민주평화당(14석)·정의당(6석) 등 여야 4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177석으로 충분히 과반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권에 우호적인 무소속 의원 등의 의석까지 합하면 단순 계산으로는 180석 이상이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일정 기간(최대 330일)이 지나면 상임위원회를 거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이 서명하고 소관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