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재건 5개년 계획' 1년…"반등 시작" vs "갈 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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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매출·선복량·신조선 발주 증가…"재도약 계기 마련"
호황기 실적 크게 못미쳐…해수부 "2022년 매출 51조원 달성 목표" 한진해운 파산 이후 위축된 국내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시행한 지 1년이 지났다.
정부는 그동안 선박 신조(新造) 발주가 증가하고 수출입 화물 운송량과 매출이 늘어나는 등 해운업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해운업이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 1년새 해운 매출·선복량·신조 발주 늘어…"반등 시작"
해양수산부는 23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에서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해수부는 이 자리에서 국내 해운산업 지표가 개선됐다며 최근 1년간 실적 수치를 제시했다.
국내 해운 매출은 2016년 28조8천억원에서 지난해 33조5천억원으로 증가했고,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도 같은 기간 46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서 50만TEU로 13% 늘었다는 것이다.
국적 선사의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 운송량은 지난해 506만TEU를 기록해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작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 99의 신조선이 발주돼 인도를 기다리고 있고, 작년 7월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중소선사 지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작년 9월 정부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발주를 지원하면서 이 배들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이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최대 국적 선사가 된 현대상선을 '100만TEU급' 글로벌 10위권 원양 선사로 키우기 위한 조치였다.
아울러 정부는 강화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113척의 선박에 황산화물 저감장치(스크러버) 장착을 지원하고 55척에 선박평형수 처리설비(BWMS) 장착을 지원하기로 했다.
선사의 경영 안정 지원을 위해 선박 매입 후 재용선(S&LB·세일 앤드 리스백)을 통해서도 1천44억원 규모의 보증 등 지원이 이뤄졌다.
국내 선사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노력으로 연근해 컨테이너 2·3위 선사인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오는 10월 컨테이너 부문 통합법인을 출범시키는 등 자구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 한진해운 파산前 실적에 크게 못미쳐…"갈 길 멀다"
이같은 노력에도 아직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과거 한진해운-현대상선 '2강 체제'에서 누리던 한국의 위상을 되찾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정부가 제시한 실적은 한진해운 파산 전인 2015년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은 86% 수준에 그친 것이고,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은 절반에 못 미치는 44% 수준에 머문 것이다.
국내 1위, 세계 7위 글로벌 해운사 자리를 지키던 한진해운 파산의 그림자가 아직 짙게 드리워져 있는 셈이다.
한진해운이 2016∼2017년 청산되면서 나온 컨테이너선 100척과 벌크선 44척은 현대상선과 SM상선이 일부 인수하긴 했지만, 핵심 자산인 1만3천TEU급 선박 9척은 덴마크의 머스크(6척)와 스위스의 MSC(3척)에 팔렸다.
한진해운이 오랫동안 공들여 만든 북미·유럽·호주 등 총 71개 노선도 국내 선사들이 온전히 물려받지 못한 채 유럽 노선 등이 청산됐다.
유럽 노선 물량은 한진해운과 동맹 관계이던 글로벌 선사들에 넘어가고 말았다.
또 '알짜'로 꼽히는 한진의 미국 롱비치터미널은 스위스의 MSC 손에 넘어갔고, 세계 각국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춘 한진 지점망 165개도 사라졌다.
정부가 현대상선·SM상선 등 원양선사와 연근해 중심의 중소선사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 중장기 비전을 갖고 꾸준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아직 남은 4년…해운업 체질개선해 2022년 매출 51조원 달성"
해수부는 '5개년 계획'에 따라 남은 4년 동안 국내 해운업 체질을 개선해 2022년 해운산업 매출을 51조원으로 늘리고, 현재 세계 14위 수준인 현대상선을 10위권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시장 일각에서는 글로벌 선사들이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몸집을 불리는 추세에 맞춰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통합 검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SM상선은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 노선을 인수해 2016년 출범한 중견 선사로 최근 미주 노선을 집중 공략해 실적 개선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경영 실사보고서에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통해 현대상선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적 원양선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해수부는 현대상선의 얼라이언스 가입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으로 안정적인 해상운송 화물 확보를 위해 국내 화주들이 국적 선사를 이용할 경우 다양한 인센티브도 줄 계획이다.
선주·화주·조선사가 공동으로 선박 투자에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 펀드'를 통해 펀드에 참여하는 화주에게 운임 우대, 선복량 우선 배정, 선적 시간 연장, 목적지 변경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상위 8개 컨테이너 선사를 6개 이내로 통합하고 항만시설사용료 감면, 베트남 등 아시아권 유망 터미널 확보, S&LB 추가 보증 등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해운산업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재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해운산업의 긍정적 변화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을 이어가 성과가 가시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호황기 실적 크게 못미쳐…해수부 "2022년 매출 51조원 달성 목표" 한진해운 파산 이후 위축된 국내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시행한 지 1년이 지났다.
정부는 그동안 선박 신조(新造) 발주가 증가하고 수출입 화물 운송량과 매출이 늘어나는 등 해운업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해운업이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 1년새 해운 매출·선복량·신조 발주 늘어…"반등 시작"
해양수산부는 23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에서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해수부는 이 자리에서 국내 해운산업 지표가 개선됐다며 최근 1년간 실적 수치를 제시했다.
국내 해운 매출은 2016년 28조8천억원에서 지난해 33조5천억원으로 증가했고,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도 같은 기간 46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서 50만TEU로 13% 늘었다는 것이다.
국적 선사의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 운송량은 지난해 506만TEU를 기록해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작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 99의 신조선이 발주돼 인도를 기다리고 있고, 작년 7월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중소선사 지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작년 9월 정부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발주를 지원하면서 이 배들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이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최대 국적 선사가 된 현대상선을 '100만TEU급' 글로벌 10위권 원양 선사로 키우기 위한 조치였다.
아울러 정부는 강화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113척의 선박에 황산화물 저감장치(스크러버) 장착을 지원하고 55척에 선박평형수 처리설비(BWMS) 장착을 지원하기로 했다.
선사의 경영 안정 지원을 위해 선박 매입 후 재용선(S&LB·세일 앤드 리스백)을 통해서도 1천44억원 규모의 보증 등 지원이 이뤄졌다.
국내 선사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노력으로 연근해 컨테이너 2·3위 선사인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오는 10월 컨테이너 부문 통합법인을 출범시키는 등 자구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 한진해운 파산前 실적에 크게 못미쳐…"갈 길 멀다"
이같은 노력에도 아직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과거 한진해운-현대상선 '2강 체제'에서 누리던 한국의 위상을 되찾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정부가 제시한 실적은 한진해운 파산 전인 2015년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은 86% 수준에 그친 것이고,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은 절반에 못 미치는 44% 수준에 머문 것이다.
국내 1위, 세계 7위 글로벌 해운사 자리를 지키던 한진해운 파산의 그림자가 아직 짙게 드리워져 있는 셈이다.
한진해운이 2016∼2017년 청산되면서 나온 컨테이너선 100척과 벌크선 44척은 현대상선과 SM상선이 일부 인수하긴 했지만, 핵심 자산인 1만3천TEU급 선박 9척은 덴마크의 머스크(6척)와 스위스의 MSC(3척)에 팔렸다.
한진해운이 오랫동안 공들여 만든 북미·유럽·호주 등 총 71개 노선도 국내 선사들이 온전히 물려받지 못한 채 유럽 노선 등이 청산됐다.
유럽 노선 물량은 한진해운과 동맹 관계이던 글로벌 선사들에 넘어가고 말았다.
또 '알짜'로 꼽히는 한진의 미국 롱비치터미널은 스위스의 MSC 손에 넘어갔고, 세계 각국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춘 한진 지점망 165개도 사라졌다.
정부가 현대상선·SM상선 등 원양선사와 연근해 중심의 중소선사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 중장기 비전을 갖고 꾸준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아직 남은 4년…해운업 체질개선해 2022년 매출 51조원 달성"
해수부는 '5개년 계획'에 따라 남은 4년 동안 국내 해운업 체질을 개선해 2022년 해운산업 매출을 51조원으로 늘리고, 현재 세계 14위 수준인 현대상선을 10위권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시장 일각에서는 글로벌 선사들이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몸집을 불리는 추세에 맞춰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통합 검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SM상선은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 노선을 인수해 2016년 출범한 중견 선사로 최근 미주 노선을 집중 공략해 실적 개선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경영 실사보고서에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통해 현대상선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적 원양선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해수부는 현대상선의 얼라이언스 가입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으로 안정적인 해상운송 화물 확보를 위해 국내 화주들이 국적 선사를 이용할 경우 다양한 인센티브도 줄 계획이다.
선주·화주·조선사가 공동으로 선박 투자에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 펀드'를 통해 펀드에 참여하는 화주에게 운임 우대, 선복량 우선 배정, 선적 시간 연장, 목적지 변경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상위 8개 컨테이너 선사를 6개 이내로 통합하고 항만시설사용료 감면, 베트남 등 아시아권 유망 터미널 확보, S&LB 추가 보증 등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해운산업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재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해운산업의 긍정적 변화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을 이어가 성과가 가시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