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통일부는] 김연철의 '살벌한 장관 데뷔전'…불러도 대답 없는 北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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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로 얼싸 안던 모습에 세계가 환호했던 지난해 4월 27일과 달리, 올해엔 4월 27일을 앞두고 적막이 감돈다.
통일부는 지난 21일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평화 퍼포먼스’ 행사를 오는 27일 오후 7시부터 판문점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먼 길,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란 주제로 통일부와 서울시·경기도가 공동 주최한다.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등 4개국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하지만 정작 북한의 참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2일에야 행사 일자와 장소, 개요 등이 담긴 문건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전달했다. 북한에선 이를 받아갔지만 답변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판문점 선언 1주년과 관련해 “임박해 개최 사실을 통지하다 보니 북측의 참가 가능성에 대해선 낮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쪽 짜리 행사’임을 인정한 셈이다. 과거 막말 논란에 휘말리고,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이 강행된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취임 후에는 정작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평생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을 연구해왔고 과거 남북 협정에 참여한 경험도 있어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화가 곧 경제”라는 구호를 내걸고 통일부 수장이 된 김 장관은 현재 사실상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대화 상대방인 북한을 향해 아무리 평화를 외쳐도, 북한은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정신이 없다. 김정은이 탄 전용열차는 이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역으로 향하고 있다. 북한은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원한다. 추상적 언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체류 기한 연장 또는 식량 지원을 약속받지 않는 한, 중국의 든든한 지원이 보장되지 않는 한, 미국이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달라진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북한은 아무리 남북회담을 제안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손에 쥘 수 있는 이익’이 없는 한, 필요 없는 요식 행위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대통령이 인정할 정도로 유명한 북한학 연구자다. 하지만 학자와 장관의 무게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학자의 신분은 남북 관계에 대해 바깥에서 지적하고 진단하기 쉽다. 그러나 장관의 신분은 실제로 정책을 실행해 나가는 자리다. 남북관계가 이처럼 조용한 시기, 북한은 고개를 돌리지 않을 ‘판문점 선언 1주년 자축 행사’를 앞둔 가운데 그는 ‘끔찍한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통일부는 지난 21일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평화 퍼포먼스’ 행사를 오는 27일 오후 7시부터 판문점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먼 길,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란 주제로 통일부와 서울시·경기도가 공동 주최한다.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등 4개국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하지만 정작 북한의 참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2일에야 행사 일자와 장소, 개요 등이 담긴 문건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전달했다. 북한에선 이를 받아갔지만 답변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판문점 선언 1주년과 관련해 “임박해 개최 사실을 통지하다 보니 북측의 참가 가능성에 대해선 낮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쪽 짜리 행사’임을 인정한 셈이다. 과거 막말 논란에 휘말리고,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이 강행된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취임 후에는 정작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평생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을 연구해왔고 과거 남북 협정에 참여한 경험도 있어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화가 곧 경제”라는 구호를 내걸고 통일부 수장이 된 김 장관은 현재 사실상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대화 상대방인 북한을 향해 아무리 평화를 외쳐도, 북한은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정신이 없다. 김정은이 탄 전용열차는 이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역으로 향하고 있다. 북한은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원한다. 추상적 언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체류 기한 연장 또는 식량 지원을 약속받지 않는 한, 중국의 든든한 지원이 보장되지 않는 한, 미국이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달라진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북한은 아무리 남북회담을 제안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손에 쥘 수 있는 이익’이 없는 한, 필요 없는 요식 행위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대통령이 인정할 정도로 유명한 북한학 연구자다. 하지만 학자와 장관의 무게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학자의 신분은 남북 관계에 대해 바깥에서 지적하고 진단하기 쉽다. 그러나 장관의 신분은 실제로 정책을 실행해 나가는 자리다. 남북관계가 이처럼 조용한 시기, 북한은 고개를 돌리지 않을 ‘판문점 선언 1주년 자축 행사’를 앞둔 가운데 그는 ‘끔찍한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