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의 묵인? 반기?…김도현 베트남 특임대사 '중징계'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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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주(駐)베트남 대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관장 중에서도 중요성이 큰 인물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임명’을 받은 특임대사다. 일반적인 외교 공관장과는 ‘격’이 다르다. ‘특임’이란 호칭은 주로 미·중·일·러 등 4강에 주어진다. 장하성 주중대사, 남관표 주일대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청와대 1기 핵심 참모였다.
4강 외에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에 특임대사가 파견된다.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임종석 UAE 특임외교 특보가 이런 경우다. 대통령이 베트남에 특임대사를 임명한 건 베트남이 그 만큼 중요해서라는 건 불문가지다. 베트남은 신남방정책의 핵심이고, 교두보다. 한반도 평화 외교와 관련해서도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동남아 사회주의권의 맹주인 베트남은 오랫동안 북한과 관계를 맺어왔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것도 베트남 하노이다.
김 대사가 작년 4월29일 23곳 공관장 인사 목록에 올랐을 때 외교가에선 ‘문(文)의 코드’가 반영됐다는 말들이 나왔다. 외무고시 27회 출신인 김 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내 이른바 ‘자주파-동맹파’ 갈등이 불거졌을 때 자주파의 핵심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2003년말 북미국 직원 중 일부가 사석에서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고 있는 청와대의 대미 외교 정책을 비판하자, 북미국 서기관이었던 김 대사가 이를 투서한 일이 있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김 대사는 러시아, 크로아티아 등을 거쳐 결국엔 외교부를 떠나 기획재정부에서 남북경제과장을 맡았다. 2013년 9월엔 공직 생활을 접고, 때마침 국제협력팀을 신설한 삼성전자로 이직했다. 2017년 11월부터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스마트폰기기) 구주·CIS 수출그룹 담당임원을 맡았다. 민·관을 두루 거친 데다 북한경제까지 다뤄본 그의 경력은 ‘코드’ 논란을 잠재우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랬던 김 대사가 돌연 중징계 위기에 처했다. 외교부는 이달 중순께 김 대사에 대한 ‘핀포인트’ 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대사관 직원들이 올린 투서가 감사의 발단이 됐다는 게 하노이 현지의 전언이다. 외교 소식통은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23일까지도 김 대사에 대한 감사 및 징계 착수 등에 대해 일체 공식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징계 수위는 인사혁신처 징계위원회 논의에 따라 최종 결정된다.
김 대사에 대한 외교부의 신속한 조치는 여러모로 의문을 자아낸다. 우선, 드러난 징계의 사유가 석연치 않다. 김 대사는 지난달 실시된 외교부 정기감사에서 대사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폭언을 하고 강압적인 태도로 업무를 지시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현지 기업으로부터 항공권과 고급 숙소를 제공받아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것조차 분명하지 않다. 정기감사가 아니라 내부 투서를 빌미로 핀포인트 감사를 했다는 말도 나온다. 김영란법 위반 역시 현지 관행과의 경계가 모호한 데다 김 대사 본인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줄곧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김영란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대통령 특임대사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느냐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번 징계 조치와 관련해 외교부 단독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외교 소식통은 “일반 공관장 인사도 대통령이 하지만 특임대사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분이라 외교부가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사에 대한 징계 논의는 청와대와 외교부의 합작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선 김 대사가 부임 이후 몇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솔한 언행이 누적되면서 청와대의 눈밖에 났을 것이란 추론이다. 작년 12월의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베트남 고위 외교관이 일부 기자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독살 사건으로 북한 당국이 베트남 정부에 비공식 사과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당사자가 김 대사라는 설(說)이 파다했다.
이 발언은 국내 언론을 타고 전세계로 타전됐다. 베트남 정부는 “그런 정보는 없다”고 공식 부인했고, 우리 정부에 섭섭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을 곳은 단연 북한이다. 김정은은 현재까지도 김정남 독살의 배후임을 부인하고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교착에 빠져 있던 미·북 핵협상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사의 발언은 자칫 공든 탑을 무너뜨릴 만큼 파급력이 컸을 것이라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일치된 얘기다.
‘만의 하나’이긴 하지만 김 대사에 대한 징계를 외교부의 반기라는 ‘틀’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김 대사는 어쨌거나 내부 직원을 투서로 쫓아낸 전력을 갖고 있다. 외교부 내에선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게다가 김 대사는 ‘관료답지 않게’ 매사 일처리를 기업인처럼 했다고 한다. 베트남 대사관 내 직원들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외교 소식통은 “명백한 비위가 드러났다면 청와대라도 묵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4강 외에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에 특임대사가 파견된다.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임종석 UAE 특임외교 특보가 이런 경우다. 대통령이 베트남에 특임대사를 임명한 건 베트남이 그 만큼 중요해서라는 건 불문가지다. 베트남은 신남방정책의 핵심이고, 교두보다. 한반도 평화 외교와 관련해서도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동남아 사회주의권의 맹주인 베트남은 오랫동안 북한과 관계를 맺어왔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것도 베트남 하노이다.
김 대사가 작년 4월29일 23곳 공관장 인사 목록에 올랐을 때 외교가에선 ‘문(文)의 코드’가 반영됐다는 말들이 나왔다. 외무고시 27회 출신인 김 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내 이른바 ‘자주파-동맹파’ 갈등이 불거졌을 때 자주파의 핵심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2003년말 북미국 직원 중 일부가 사석에서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고 있는 청와대의 대미 외교 정책을 비판하자, 북미국 서기관이었던 김 대사가 이를 투서한 일이 있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김 대사는 러시아, 크로아티아 등을 거쳐 결국엔 외교부를 떠나 기획재정부에서 남북경제과장을 맡았다. 2013년 9월엔 공직 생활을 접고, 때마침 국제협력팀을 신설한 삼성전자로 이직했다. 2017년 11월부터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스마트폰기기) 구주·CIS 수출그룹 담당임원을 맡았다. 민·관을 두루 거친 데다 북한경제까지 다뤄본 그의 경력은 ‘코드’ 논란을 잠재우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랬던 김 대사가 돌연 중징계 위기에 처했다. 외교부는 이달 중순께 김 대사에 대한 ‘핀포인트’ 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대사관 직원들이 올린 투서가 감사의 발단이 됐다는 게 하노이 현지의 전언이다. 외교 소식통은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23일까지도 김 대사에 대한 감사 및 징계 착수 등에 대해 일체 공식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징계 수위는 인사혁신처 징계위원회 논의에 따라 최종 결정된다.
김 대사에 대한 외교부의 신속한 조치는 여러모로 의문을 자아낸다. 우선, 드러난 징계의 사유가 석연치 않다. 김 대사는 지난달 실시된 외교부 정기감사에서 대사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폭언을 하고 강압적인 태도로 업무를 지시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현지 기업으로부터 항공권과 고급 숙소를 제공받아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것조차 분명하지 않다. 정기감사가 아니라 내부 투서를 빌미로 핀포인트 감사를 했다는 말도 나온다. 김영란법 위반 역시 현지 관행과의 경계가 모호한 데다 김 대사 본인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줄곧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김영란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대통령 특임대사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느냐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번 징계 조치와 관련해 외교부 단독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외교 소식통은 “일반 공관장 인사도 대통령이 하지만 특임대사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분이라 외교부가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사에 대한 징계 논의는 청와대와 외교부의 합작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선 김 대사가 부임 이후 몇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솔한 언행이 누적되면서 청와대의 눈밖에 났을 것이란 추론이다. 작년 12월의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베트남 고위 외교관이 일부 기자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독살 사건으로 북한 당국이 베트남 정부에 비공식 사과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당사자가 김 대사라는 설(說)이 파다했다.
이 발언은 국내 언론을 타고 전세계로 타전됐다. 베트남 정부는 “그런 정보는 없다”고 공식 부인했고, 우리 정부에 섭섭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을 곳은 단연 북한이다. 김정은은 현재까지도 김정남 독살의 배후임을 부인하고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교착에 빠져 있던 미·북 핵협상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사의 발언은 자칫 공든 탑을 무너뜨릴 만큼 파급력이 컸을 것이라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일치된 얘기다.
‘만의 하나’이긴 하지만 김 대사에 대한 징계를 외교부의 반기라는 ‘틀’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김 대사는 어쨌거나 내부 직원을 투서로 쫓아낸 전력을 갖고 있다. 외교부 내에선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게다가 김 대사는 ‘관료답지 않게’ 매사 일처리를 기업인처럼 했다고 한다. 베트남 대사관 내 직원들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외교 소식통은 “명백한 비위가 드러났다면 청와대라도 묵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