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개발 사업에 임대주택을 더 짓도록 규제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재개발 지역.  /한경DB
정부가 재개발 사업에 임대주택을 더 짓도록 규제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재개발 지역. /한경DB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재개발을 추진할 때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 상한 비율이 최고 30%까지 높아진다. 올 하반기 관련 시행령 개정 전까지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한 모든 재개발구역이 대상이다. 정부는 또 부동산시장이 다시 과열 양상을 보이면 강력한 추가 조치를 내놓을 방침이다.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최고 30%

국토교통부는 23일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담은 ‘2019년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다. 이를 위해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에서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도록 했다.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의무비율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한다.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 격인 국토부 시행령에서는 의무비율 범위를 서울 10~15%, 경기·인천 5~15%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시행령을 고쳐 이 비율을 서울 10~20%, 경기·인천 5~20% 등으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지자체 재량에 따른 추가 비율도 5%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높인다. 지자체의 수요 판단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은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이 최고 30%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는 입법예고, 규제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올 하반기 개정 시행령을 적용할 예정이다.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한남뉴타운 2·4·5구역 등 서울의 상당수 재개발구역이 새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재개발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임대주택을 짓는 만큼 일반분양분이 줄어드는 까닭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 전 사업시행 인가를 받기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업성 저하로 추진 의지가 꺾이는 구역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시는 일률적으로 30% 비율을 적용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구역별 사업성과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조례 개정 시점에 맞춰 사업장별로 적정 임대주택 비율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을 할 때 추진위가 선정한 정비업자의 업무 범위를 조합 설립 준비로 한정하는 등 사업 초기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정비업자가 추진위나 조합에 운영비를 빌려주는 것도 제한하는 등 정비업자 의존도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시공사 수주비리에 삼진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입찰 비리를 반복하는 건설업체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업 속도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면서도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해 주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과열 땐 추가 대책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세를 이어가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부동산시장이 다시 달아오르면 곧바로 추가 조치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김 정책관은 “지난해 잇달아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효과로 이른바 ‘갭투자’ 등 투기적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만약 투기 수요 추가 유입 등 시장 불안 조짐이 나타나면 즉각 더 강력한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반등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 김 정책관은 “최근 강남 등에서 급매물 소진에 따라 가격 하락폭이 축소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추격 매수세는 없으며 안정세가 견고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택가격 하락기에는 급매물이 빠지면 일정 기간 횡보하다가 다시 떨어지는 계단식 하락 양상이 나타나는데, 현재 시장이 계단의 평평한 부분에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또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올해 17만6000가구 규모의 공적 임대주택을 공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작년(4개)의 2.5배인 10개 택지를 후분양 조건으로 내놓기로 했다. 지금까지 후분양은 공정률이 60%만 넘어도 이뤄졌다. 올해부터는 공사가 모두 끝난 뒤 분양하는 ‘완전 후분양제’ 시범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건설 중인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 아파트 단지가 첫 번째 대상이다. 또 공공이 건설하는 3개 아파트 단지를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경기 시흥 장현, 강원 춘천 우두(LH), 서울 고덕 강일(SH공사) 등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