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GPU·5G 모뎀칩까지
비메모리가 두뇌·눈 핵심 역할
복잡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에는 일반 자동차(대당 약 300개)보다 훨씬 많은 반도체가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 한 대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를 2000개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비메모리 분야는 자율주행차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자율주행차에 기본적으로 장착하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은 비메모리 반도체의 집합체로 불린다. ADAS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도 충돌을 막거나 차선 이탈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자동으로 장애물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레이더(전자기파로 사물을 인식하는 장치), 라이다(레이저로 사물을 인식하는 장치) 등이 있어야 한다. 이런 장치들은 비메모리 반도체의 하나인 센서칩으로 작동된다.
센서를 통해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명령을 내리는 CPU와 GPU는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한다. 자율주행차에 적합한 건 CPU보다는 GPU다. 주행 때 자동차와 신호등, 각종 기기들로부터 받은 방대한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자율주행차 특성 때문이다. GPU는 동시에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GPU 업계 1위인 미국 엔비디아는 직접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5G 모뎀칩도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이다.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려면 통신망을 통해 안정적으로 다량의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한다. 통신이 끊기거나 지연되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5G 환경이 갖춰져야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5G 통신망을 이용하려면 5G 모뎀칩이 필요하다. 현재 5G 모뎀칩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 퀄컴, 화웨이 세 곳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완성차 회사와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 간 합종연횡이 자주 일어난다. BMW는 CPU 업계 1위인 인텔, 인텔이 인수한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 모빌아이와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협력 분야는 차량용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센서 등이다. BMW, 아우디, 다임러 등은 노키아, 퀄컴 등과도 자율주행차 인프라 개발에 나섰다.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은 엔비디아와 손을 잡았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