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이 돈인데…배달 중에는 배달콜 받지 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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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기사도 반대하는 법 개정
고용부, 배달기사 안전이 우선
"현장 모르는 탁상행정"
고용부, 배달기사 안전이 우선
"현장 모르는 탁상행정"
“정부가 탁상행정으로 배달 기사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의 불똥이 배달 기사에게 튀었다. 이륜자동차 운행 중 다른 배달 요청을 받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개정안의 여파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배송 건수에 비례해 정해지는 수익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게 배달 기사들의 항변이다. 벌써부터 대정부 시위에 나서겠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고용노동부가 산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지난 22일이다. 이 중 배달 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언급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72조 1항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배달대행업체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배달하고 있는 도중엔 후속 배달 요청을 받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배달 기사들이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도중 ‘콜’을 받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수입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
고용부는 개정안이 배달 기사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달 기사들 사이에선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란 비판이 나온다. 비슷한 방향의 주문을 한꺼번에 처리해 효율을 높이는 물류산업의 속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배송 건수에 비례해 배달료가 책정되는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3년간 배달 기사로 일해온 김모씨는 “한 번에 주문 하나씩만 받아야 한다면 수입이 지금의 3분의 1, 4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하소연했다.
안전을 바란다면 배달 요청을 제한하는 것보다 배달비 현실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 기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배달 도중에 콜을 받는 것은 한 건, 한 건이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배달 기사들의 안전을 바란다면 배달비 현실화 방안을 먼저 마련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벌써부터 법안을 피해가는 ‘꼼수’들도 거론되고 있다. 여러 배달 대행업체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스마트폰을 여러 대 장만하는 방식이다. 특정 앱이나 스마트폰이 ‘콜 금지’ 상태가 되면 다른 앱을 깔거나 별도의 스마트폰으로 주문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장비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배달 기사에게 돌아간다. 배달 대행업체도 타격
산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배달대행업체도 타격을 입는다. 배송이 늦어지면 소비자들의 주문이 줄고 주문에 비례해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배달 기사의 수익을 늘리고 물류비용을 낮추기 위해 특정 경로를 지나는 배달 기사에게 인근의 주문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배송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짰다”며 “이번 조치는 비효율적이었던 옛날로 돌아가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목소리로 콜을 잡게 하는 등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안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많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업계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입법예고가 올라오고 나서야 법안 내용을 알았다”며 “이미 답을 정해놓고 이야기하자는 게 무슨 소통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퀵서비스, 대리운전 업계 등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일부 집단이 못 들어왔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고용부가 지나치게 성급했다는 의견이 많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 기사뿐만 아니라 배달대행업체,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상공인과 소비자까지 배달업계 전반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과다한 간섭”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배달 시장은 배달앱 거래액을 기준으로 연간 3조원이 넘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87만 명 수준이었던 국내 배달앱 이용자는 2018년 2500만 명으로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콜 받지마'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법 개정안 신설조항
제672조 1항 이륜자동차로 물건의 수거·배달 등을 하는 자가 배달을 수행하고 있는 중에는 후속 배달 요청이 수신되지 않도록 이동통신단말장치의 소프트웨어에 반영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의 불똥이 배달 기사에게 튀었다. 이륜자동차 운행 중 다른 배달 요청을 받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개정안의 여파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배송 건수에 비례해 정해지는 수익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게 배달 기사들의 항변이다. 벌써부터 대정부 시위에 나서겠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고용노동부가 산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지난 22일이다. 이 중 배달 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언급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72조 1항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배달대행업체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배달하고 있는 도중엔 후속 배달 요청을 받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배달 기사들이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도중 ‘콜’을 받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수입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
고용부는 개정안이 배달 기사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달 기사들 사이에선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란 비판이 나온다. 비슷한 방향의 주문을 한꺼번에 처리해 효율을 높이는 물류산업의 속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배송 건수에 비례해 배달료가 책정되는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3년간 배달 기사로 일해온 김모씨는 “한 번에 주문 하나씩만 받아야 한다면 수입이 지금의 3분의 1, 4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하소연했다.
안전을 바란다면 배달 요청을 제한하는 것보다 배달비 현실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 기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배달 도중에 콜을 받는 것은 한 건, 한 건이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배달 기사들의 안전을 바란다면 배달비 현실화 방안을 먼저 마련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벌써부터 법안을 피해가는 ‘꼼수’들도 거론되고 있다. 여러 배달 대행업체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스마트폰을 여러 대 장만하는 방식이다. 특정 앱이나 스마트폰이 ‘콜 금지’ 상태가 되면 다른 앱을 깔거나 별도의 스마트폰으로 주문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장비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배달 기사에게 돌아간다. 배달 대행업체도 타격
산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배달대행업체도 타격을 입는다. 배송이 늦어지면 소비자들의 주문이 줄고 주문에 비례해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배달 기사의 수익을 늘리고 물류비용을 낮추기 위해 특정 경로를 지나는 배달 기사에게 인근의 주문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배송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짰다”며 “이번 조치는 비효율적이었던 옛날로 돌아가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목소리로 콜을 잡게 하는 등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안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많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업계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입법예고가 올라오고 나서야 법안 내용을 알았다”며 “이미 답을 정해놓고 이야기하자는 게 무슨 소통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퀵서비스, 대리운전 업계 등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일부 집단이 못 들어왔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고용부가 지나치게 성급했다는 의견이 많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 기사뿐만 아니라 배달대행업체,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상공인과 소비자까지 배달업계 전반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과다한 간섭”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배달 시장은 배달앱 거래액을 기준으로 연간 3조원이 넘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87만 명 수준이었던 국내 배달앱 이용자는 2018년 2500만 명으로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콜 받지마'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법 개정안 신설조항
제672조 1항 이륜자동차로 물건의 수거·배달 등을 하는 자가 배달을 수행하고 있는 중에는 후속 배달 요청이 수신되지 않도록 이동통신단말장치의 소프트웨어에 반영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